생명보험을 든 여성이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아들을 지정했는데, 아들이 먼저 사망한 직후 여성도 사망했다. 이 경우 보험사가 아들의 1순위 법정상속인 아버지에게 보험금 2분의 1을, 차순위 법정상속인 외조부와 외조모에게 보험금 4분의 1을 지급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뉴스1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A씨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단을 유지하기로 했다.

A씨는 전 부인 B씨와 결혼해 아들을 낳고 살다가 이혼했다. 이혼 후 B씨가 아들을 양육하다가 재혼을 했다. 그런데 B씨와 아들 모두 같은 날 재혼한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B씨는 사망시 아들이 보험금 5000만원을 받는 생명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전 남편 A씨는 보험사가 아들의 법정상속인인 자신에게 사망보험금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보험사를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A씨는 보험계약상 보험수익자가 아니고, 아들의 법정상속자에 불과할 뿐이어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지정수익자인 아들이 먼저 사망했고, 이후 B씨가 다른 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은 상태로 사망했기 때문에 사망보험금은 계약 당사자인 B씨의 법정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보험계약자인 B가 사망 전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은 이상 사망보험금의 보험수익자였던 아들의 상속인인 A씨가 보험수익자가 된다”며 보험사가 A씨에게 사망보험금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보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과정에서 전 부인 B씨의 부모들도 이 소송에 참가했다.

2심은 A씨와 B씨의 부모 모두 보험수익자가 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보험수익자로 지정돼 있는 사람이 사망한 후 보험수익자의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사고 발생 당시 생존하고 있는 보험수익자의 법정상속인이 보험수익자로 확정된다”며 “여기에서 보험수익자의 법정상속인에는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의 상속인’ 또는 ‘차순위 상속인’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보험수익자인 아들이 B씨보다 먼저 사망했고, 이때 B씨가 다른 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으면서, 아들의 법정상속인인 아버지 A와 어머니 B가 보험 수익자가 됐다. 이어 B씨도 사망했기 때문에 B씨의 상속분은 다음 순위 상속인인 B씨의 부모들이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들이 법정상속분의 비율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A씨에게는 사망보험금의 2분의 1, B씨 부모에게는 각각 4분의 1씩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