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와 검찰의 ‘즉시 항고 포기’를 둘러싼 소동이 1주일 만에 마무리되고 있다. 대검찰청이 13일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즉시 항고를 하지 않기로 한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구속 취소 결정은 지난 7일에 나왔고 이에 대한 즉시 항고 기한은 오는 14일로 만료된다.

앞서 법원의 구속 취소에 검찰이 즉시 항고 포기를 하자 야당이 강력 반발했다. 검찰총장이 즉시 항고를 포기한 이유를 거듭 설명했지만 야당은 탄핵 추진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 법원행정처장이 “(구속 취소에 대해) 검찰이 즉시 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대검이 즉시 항고를 확정적으로 포기하면서 상황이 종결됐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를 주도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우정 검찰총장./뉴스1

◇ 3월 7일 오후 2시 구속 취소 결정… ‘즉시 석방’ 여부에 혼선 일어나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시점은 지난 7일 오후 2시쯤이다. 검찰이 구속 기간을 넘긴 뒤에야 기소했다는 점,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법원이 지적했다.

일부 언론은 ‘윤 대통령 즉시 석방’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구속 취소가 되더라도 바로 석방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즉시 항고를 하면 구속 상태가 당분간 유지된다”는 취지로 언론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도 즉시 석방 여부에 대한 혼선은 한동안 계속됐다.

◇ 3월 8일 오후 5시 20분, 즉시 항고 포기… “대검과 특별수사본 간에 의견 충돌 있었다”

검찰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즉시 항고 포기를 발표하는 데 27시간이 넘게 걸렸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하루 뒤인 8일 오후 5시 20분쯤에야 대검찰청이 “법원 결정을 존중해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한다”고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5시 50분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공수처에 체포된 지 52일 만이었다.

즉시 항고 포기를 결정하는 과정에 대검과 특별수사본부 간에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구속 집행정지에 대한 즉시 항고는 위헌이라는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고려해 즉시 항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별수사본부는 “구속 취소에 대해서는 즉시 항고를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에 따라 즉시 항고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아보는 게 옳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 3월 12일 오후 2시 40분, 법원행정처장 “즉시 항고할 필요 있다” 파문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 / 뉴스1

법원의 구속 취소에 대해 검찰이 즉시 항고를 포기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되고 있던 중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12일 오후 2시 40분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구속 취소에 대해) 검찰이 즉시 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검찰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같은 날 오후 7시 12분쯤에야 언론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법사위 상황과 관련해 검토 중에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검찰이 즉시 항고 포기를 번복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3월 13일 오후 1시 10분, 검찰 “즉시 항고 포기 입장 그대로 유지”

하루 뒤인 13일 오전 9시 심우정 검찰총장은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오늘은 할 말 없다”고 했다. 즉시 항고 포기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4시간이 넘게 흐른 이날 오후 1시 10분쯤 대검이 문자 메시지를 언론에 보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즉시 항고를 하지 않기로 한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즉시 항고 포기를 결정한 것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다. 천 법원행정처장의 국회 발언 이후 거의 23시간 만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인 한 법조인은 “이번에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 항고 포기 입장을 확정하는 과정에 검찰이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내란 혐의 재판뿐 아니라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데 이에 대한 입장을 검찰이 두 차례 발표하는 데 각각 하루 안팎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보유 여부 등 불씨 남겨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대통령 변호인단이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한 판단이었다. 지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수사권이 있는 공수처가 관련 범죄로 내란을 수사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관련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최종적 해석과 판단도 없는 상태”라고도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국회 법사위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 기간 불산입과 관련해선 현재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급심 판단을 통해 정리될 재판사항이라는 게 저희의 기본 판단”이라고 했다. 앞서 지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구속 기간을 넘겨 윤 대통령을 기속했다며 구속 기간은 ‘날(日)’ 기준이 아니라 ‘시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천 법원행정처장은 “(지 부장판사의) 재판부에서 실무와 다소 결을 달리하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면서 “학설상 여러 견해 중 절차적으로 가장 엄격한 입장을 채택한 걸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 기관과 법원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상 내란 수사권은 경찰에만 있으니 경찰, 검찰, 공수처와 군검찰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했으면 수사권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며 “법원도 여러 수사기관이 경쟁적으로 청구한 영장에 대해 수사권 교통정리를 엄격하게 요구했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