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1월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영풍·MBK파트너스 측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주총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켰던 이사 수 상한제(19명) 신설,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 효력이 정지됐다. 다만 법원은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의 효력은 유지한다고 했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현장. / 뉴스1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이사 수 상한을 19명 이하로 정하고, 신규 사외이사 7명을 선임한 주총 안건 효력이 정지됐다.

법원은 영풍이 고려아연 신규 사외이사 7명 직무를 정지해달라고 신청한 가처분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 이상훈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 석좌교수,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와이먼 선임 고문, 이재용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최재식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 등의 직무가 정지됐다.

지난 1월 23일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선 최 회장 측이 상정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제(19명) 신설, 신규 이사 선임(7명) 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 구도는 최 회장 측 18명, MBK 측 1명(장형진 영풍 고문)이 됐다.

당시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35%, 영풍-MBK 연합은 40.97%였다. 그런데 주총에서 영풍-MBK 측의 절반 넘는 지분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주총 판도가 최 회장 측으로 넘어갔다.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는 상법상 ‘상호주 제한’ 규정 때문이다. 상호주 제한은 두 회사가 상대 회사의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경우, 서로 의결권 행사를 막는 규정이다.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이 10%가 안 됐는데, 주총 바로 전날 계열사 등이 보유한 영풍 주식을 고려아연 호주 손자회사(SMC)에 10%를 넘겼다. 이에 따라 이전에 없던 상호주 관계가 생겨난 것이다.

이에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에선 이번 사례에 상법상 상호주 제한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영풍-MBK는 SMC가 외국 회사이며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법상 상호주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SMC가 유한회사가 아니라 주식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SMC는 상호주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니라는 영풍-MBK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SMC는 이사가 어떤 이유로든 회사의 주식 양도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지는 등 주식 양도가 원칙적으로 인정되는 상법상 주식회사와는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SMC는 상법에서 규정하는 유한회사의 성격을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영풍-MBK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이사 수 상한제 등의 의안은 부결됐을 것임이 계산상 명백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의 경우 효력을 유지한다는 결정을 했다. 집중투표제란 회사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주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이 안건은 영풍-MBK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도 75.2%의 찬성률로 가결이 됐고 영풍-MBK의 의결권이 살아있었다고 해도 찬성률이 69.3%에 달해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