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0년 7월 불구속 기소된 지 4년 4개월 만이다.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최경서 부장판사)는 29일 약사법 위반과 사기,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배임증재 등 7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명예회장에게 무죄와 면소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전 대표(현 고문), 코오롱그룹 지주회사 법인, 코오롱생명과학 법인, 코오롱티슈진 법인에도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이 명예회장에 대해 징역 10년과 벌금 5000억원, 추징금 34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우석 대표에게는 징역 10년과 벌금 5000억원을 구형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허가 내용과 다른 성분의 인보사를 제조·판매해 환자들로부터 약 160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명예회장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허가 내용과 다른 성분의 인보사를 제조·판매하고, 환자들로부터 약 160억원을 가로챈 혐의, 식약처 허가 없이 임상시험을 진행한 혐의(약사법 위반·사기)에 대해 “단지 품목 허가 시험 검사 서류상에 기재된 성분과 실제 제조·판매된 성분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품목 허가를 받지 않은 거라 평가하고 범죄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조·판매한 인보사는 식약처 품목 허가 과정에서 실제로 시험 검사 대상이 됐던 제품과 완전히 동일한 제품인 것으로 보이고, 사후적 변경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인보사 2액 세포 성분 착오에 관한 코오롱생명과학과 피고인들의 인식 시점도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 30일 이후로 봐야 한다”며 “2019년까지 판매한 인보사를 품목 허가 때와 다른 의약품으로 단정하고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환자들에 대한 사기로 기소한 가장 큰 이유는 2액 세포 기원 착오 문제가 인보사의 안전성·유효성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검찰은 기원 착오 문제로 인보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증가됐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환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1심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업무를 방해하고 코스닥 상장 시 거짓 기재한 증권신고서로 약 2000억원을 유치한 혐의, 코오롱티슈진이 임상 중단 명령을 받은 사실을 숨기고 비상장 주식 가치를 산정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000만달러 상당의 지분투자를 받은 혐의 등(업무방해·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을 위해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고 보고 있지만, 국제회계처리기준에 따르면 구체적 회계처리 제시보다는 당사자가 합리적으로 회계처리 할 수 있도록 기본과 방법을 제시하는 원칙론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반드시 검사가 주장하는 회계 처리 방법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올바른 회계 처리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검사는 피고인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받은 1차 임상 중단(CH·Clinical hold) 명령으로 인해 인보사의 임상 중단이 알려지면 신약 개발 투자유치 및 상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조직적으로 은폐·은닉했다고 봤지만, 증거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실제로 1차 CH는 이 사건 기소가 이뤄지기 전 2018년 7월 이미 해제됐다. 결론적으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인보사 국내 임상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2011년 임상 책임 의사 2명에게 코오롱티슈진 스톡옵션 1만주를 무상 부여, 2017년 4월 무상 교부한 혐의(배임증재·배임)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외부 전문가들이 오로지 코오롱생명과학만을 위해서 일을 했음에도 티슈진의 주식을 대가로 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임상 절차, 신약 개발 절차를 통해서 얻었던 노하우를 코오롱티슈진에 응용, 적용할 수도 있고, 반대로 티슈진의 FDA 임상 과정에서 얻었던 노하우를 코오롱생명과학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어느 한 회사만을 위한 자문 활동이라고 보고 배임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명예회장이 2015~2016년 타인 명예 계좌로 자금세탁 목적의 미술품 등을 구입하고, 2017년 코오롱티슈진 차명주식 거래를 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에 대해서는 2019년 이미 다른 사건으로 사법 판단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면소(사법 판단 없이 형사소송을 종결함) 판결을 내렸다. 다만 이 명예회장에게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송문수 전 네오뷰코오롱 전 사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명예회장은 이날 1심 선고 직후 무죄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답한 뒤 법원을 빠져나갔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식약처는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인보사를 허가했다가 2019년 품목 허가를 취소했다. 2액의 형질전환 세포가 ‘연골 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 유래 세포’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료를 허위 작성·제출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2019년 6월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2020년 7월 이 명예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약사법 위반, 사기, 배임증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방해, 금융실명법 위반 등 7개 혐의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