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29일 ‘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 사건’의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지 4년 4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의 최경서 부장판사는 이 명예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인보사 사태 발생 이후 미국과 우리나라의 조치와 진행 경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뉴스1

최 부장판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보사 사태 발생 이후) 2액 세포 기원 착오의 원인이 무엇인지, 인보사가 사람에 미치는 영향, 즉 안전성 우려 여부를 과학적 관점에서 차분히 검토했고, 우려가 해소되자 자국민 임상시험을 승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티슈진은 미국에서 1000명이 넘는 환자를 모집해 최근 3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신약 개발 절차가 한국보다 더 엄격하다고 알려진 미국 FDA에서 안전성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최 부장판사는 국내 상황에 대해서는 “반면 한국에서는 식약처가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한 후 현재까지 그 처분을 다투는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이고,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요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사가 이 사건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문제 삼고 있는 1차 임상 중단이나 시료 생산 문제는 이 사건은 공소가 제기되기도 이전에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최 부장판사는 “이 법원은 이 사건 공소 사실의 대부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1심 판단과 동일하다면 수년에 걸쳐 막대한 인원이 투입된 이 소송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과학적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최 부장판사가 무죄 선고를 하면서 검찰 기소 자체의 문제점뿐 아니라 엄격한 과학적 판단에 따라 결론 내려져야 할 사안이 수사와 재판에서 법률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우리 현실을 함께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