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기유(69)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을 25일 소환 조사했다. 김 전 의장은 지인에게 150억원대 부당 대출이 이뤄지도록 계열사 경영진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작년 11월 태광그룹 내부 감사를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여경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의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작년 8월 부동산 개발 업체를 운영하는 지인 이모(65)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태광그룹 계열사 저축은행에 대출을 지시해 150억원 상당의 부당대출을 실행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씨는 250억원 규모의 기존 대출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작년 11월 태광그룹 내부 감사를 진행한 법무법인이 김 전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며 시작됐다.
태광그룹은 김 전 의장이 당시 회사 내부 심사위원회가 반대했는데도 졸속으로 대출이 이뤄지도록 의장 지위를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9년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아 수감돼 있을 당시 김 전 의장이 사실상 그룹 1인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의장 측 변호인은 이씨에게 당시 은행 관계자 연락처만 알려줬고, 대출도 적법하게 처리하라고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김 전 의장은 작년 태광그룹 내부 감사 이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해임된 뒤 이 전 회장 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의장은 경찰에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제보했고, 태광그룹은 김 전 의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