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직원에게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해달라며 돈을 건넨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2부(부장판사 김용중 김지선 소병진)는 6일 오후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원 윤모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돈을 받고 자료를 삭제한 전 공정위 직원 송모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징역 1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일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윤씨가 다른 사건으로 재판받고 있고, 송씨의 경우 범행을 자백한 점 등을 이유로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상무로 일하던 윤씨는 2014∼2018년 송씨에게 회사가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 중 그룹에 불리한 자료 일부를 삭제해달라고 청탁하고, 그 대가로 417만8000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에서 디지털 포렌식 자료 분석 업무를 맡고 있던 송씨가 삭제한 자료에는 당시 형사 고발돼 수사받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불리한 자료들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당시 박 전 회장이 금호그룹 경영 과정에서 횡령·배임 사건으로 7건 이상 형사 고발됐고, 윤씨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적절한 형사사법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씨는 총수 일가의 자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공정위 공무원에게 증거자료를 인멸하도록 직접 교사했다”며 “대가 및 편의 제공, 청탁 취지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해 책임이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의 사건에서도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심 진행 과정에서 보석을 허가받아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