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의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배임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일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되면서 고가 인수란 전제가 성립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모 아니면 도인 엔터업계 투자 관행을 고려하면 시세보다 높게 사들였는지 여부를 자료만으로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바람픽쳐스의 경우 다른 엔터업 인수합병(M&A) 사례를 고려해도 몸값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과 인수에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대주주인 윤정희씨의 자금 흐름 등을 통해 입증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을 받는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이 1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은 작년 11월 본격화된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엔터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혐의를 포착했다. 카카오엔터에 합병된 카카오엠은 2020년 자본잠식에 매출 100억원대인 바람픽쳐스를 200억원에 인수하고, 200억원을 추가 증자했다. 검찰은 바람픽쳐스 대주주인 배우 윤정희씨의 배우자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과 김성수 대표가 고가 인수를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검찰은 카카오 본사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 등을 거쳐 지난달 김 대표와 이 부문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범죄의 성립 여부나 손해액 등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범죄 혐의 입증이 충분히 되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 검찰 입장에선 뼈아플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선 들쑥날쑥인 드라마 제작사의 기업가치가 고가에 형성됐다는 전제부터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통상 드라마 제작사의 기업가치는 소속된 스타 PD와 작가의 몸값을 어떻게 매기냐에 따라 좌우된다. 당장 큰 수익을 낸 작품이 없더라도, 소속 작가가 참여하기로 예정한 작품의 성공 여부, 미래 현금 흐름 등을 추정해 반영한다. 일반적인 기업 가치평가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CJ그룹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2022년 소년심판, 스토브리그 등을 제작한 길픽쳐스를 32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스튜디오드래곤이 재무제표에 반영한 길픽쳐스 영업권은 207억원이었다. 영업권은 인수금액에서 회사의 자산·부채 등을 고려한 순자산가치를 뺀 금액으로 일종의 웃돈이다. 회사의 재무제표상 숫자 외에 경영 노하우 등을 고려해 프리미엄을 붙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슷한 규모의 M&A인 패션기업 F&F의 빅토리콘텐츠 인수에서도 인수금액은 235억원이었고 영업권은 172억원이었다.

카카오엠은 바람픽쳐스 인수에 총 400억원을 들였고, 영업권으로 346억원을 반영했다. 회사가 보유한 무형자산과 관련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결과다. 이때 무형자산은 일반적으로 제작 중이어서 아직 그 수익을 확정할 수 없는 드라마 등 콘텐츠 판권을 말한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드라마 제작사 투자는 로또나 다름 없어서 일반 제조업의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라며 “제조업과 달리 엔터업은 산업화된 역사가 길지 않아 비교군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투자 사례를 고려해도 바람픽쳐스 몸값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감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소속 작가가 발생시킬 미래 현금 흐름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다소 과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라며 “구속영장은 내부 투자 심의 절차에 특별히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돼도 기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기업가치가 고평가됐음을 입증하는 추가 자료를 확보하는 동시에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인수 자금이 누구에게 흘러갔는 지를 추적 중이다. 회사와 관계없는 개인이나 다른 법인에 이익을 몰아주려 한 정황 등이 확인될 경우 수사에 속도가 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