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명에 달하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지난해 모두 60대에 진입했다.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대한민국이 역대급 경제 성장을 이루던 시기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해 자산을 축적했다. 이들이 은퇴를 했거나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대상속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요 로펌은 상속 및 자산관리에 필요한 법률 자문을 해주는 전담 조직을 두고 있다. 소속 전문가에게 최근 상속, 자산 승계 트렌드와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노하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바른 Estate Planning 센터 상속설계본부장을 맡고 있다./법무법인 바른 제공

70대인 A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한 기업의 비상장주식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비상장주식은 매각이 어려운 데다 정기적인 배당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사망할 경우 자녀들이 비상장주식을 상속받게 될 텐데, 상속세를 얼마큼 낼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상장주식과 달리 비상장주식은 객관적인 가치를 찾기 어려워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가치를 산정한다. 1주당 순자산가치(자산평가액에서 부채를 뺀 것)와 순손익가치(직전 3년간 순손익액의 가중평균액)를 2대 3 비율로 가중 평가하는 식이다. 가령, 1주당 1만원인 비상장주식이 있고 1주당 순자산가치가 1만원, 순손익가치를 5만원이라고 한다면 1주당 평가액은 3만4000원이다. 실제로 이런 값에 거래될 수 있는지 관계없이 과세 편의를 위해 계산하는 것이다. 상속이 발생한 시점에 시장에서 10억원에도 팔리지 않는 주식이 가치 평가에 따라 수십억에서 100억원을 웃돌기도 한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자산승계본부 본부장·사법연수원 41기)는 “비상장회사 소수 지분은 경영권 등 회사의 운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주주에게 특별한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지만, 거액의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 지분을 가진 상대방에게 주식 매각을 제안하거나 주식을 기부할 수 있다”며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에 비상장주식을 매각하면 자산을 현금화하는 동시에 상속세 부담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와 자산승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법무법인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바른 역시 Estate Planning Center(EP센터)를 통해 2022년부터 다양한 자산의 관리 방안과 승계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법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인 만큼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비롯해 회계법인과 세무법인, 금융사 등과도 협업한다. A씨 역시 바른 EP센터 조언을 토대로 비상장주식을 다른 주주에게 팔면서 고민을 해결했다.

◇ 법무법인 찾는 ‘젊은 자산가’, 절세 위해 해외로

바른 EP센터가 출범하기 전부터 조 변호사는 송무 업무 중 의뢰인 요청으로 상속에 대한 자문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같이 자산가들의 고민이나 법률적 쟁점을 많이 듣게 됐고, 자산관리센터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바른 EP센터가 출범한 계기로도 작용했다.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은행이나 증권사와 달리 절세 방안부터 가시화된 법률 쟁점을 폭넓게 상담할 수 있다.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석준 변호사(M&A), 정영훈 변호사(지식재산권) 등 각 분야 책임변호사도 합류했다. 조 변호사는 관련 논문을 매년 쓸 정도로 최신 동향과 학술정보에도 밝은 편이다.

긴 시간 자산관리 업무를 맡은 그에게 최근 동향을 묻자 ‘젊은 부자의 증가’라는 대답이 곧장 돌아왔다. 창업 후 지분을 매각해 큰돈을 벌거나 암호화폐나 주식, 부동산 등 투자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가진 젊은 부자가 하나의 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 과거에는 자산가들이 나이가 많아 자산승계에 뒤늦게 관심 가졌지만 젊은 부자들은 절세를 미리 준비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자산을 해외로 이전시켜 과세에 유리한 방향을 찾으려는 경향도 많아졌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젊은 자산가들은 자산을 뒤로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조 변호사는 “예전엔 자산을 익명화하고 어둠 속에서 승계한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익명성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라 적법한 방식으로 절세를 도모하려고 한다”고 했다. 오늘날에는 익명성을 이용한 불법적인 탈세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젊은 자산가들은 ‘꼼수’ 대신 ‘묘책’을 찾고 있다.

그는 “투명하고 적법한 자산관리로 전환하는 추세로 절세는 하되 탈세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부자들은 해외로 나가려는 수요가 많은데 싱가포르처럼 세율이 좋은 나라로 자산이 이동하고 있다”며 “물가는 비싸지만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고, 소득세도 합쳐서 20% 이상 내지 않는 싱가포르로 하나의 선택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법무법인 바른 제공

◇ “자산승계, 건강할 때 빠르게…가족 분쟁 막는 방법”

수많은 자산가의 자산 관리를 자문했던 조 변호사는 피상속인이 건강할 때 상속 설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비상장회사 피상속인이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법률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 사례가 꽤 있다”고 운을 뗐다. 상속 설계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상속인의 건강상 이유로 주식이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되면 상속세는 물론 기업을 승계할 사람의 경영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조 변호사는 “상속세 부담과 경영권 분쟁 위험이 생길 수 있는 사안에서 EP센터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친 자본거래로 피상속인이 보유한 주식을 정리해 부담을 해소했다”며 “특히 기업 승계가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창업주가 사망한 뒤 기업 승계과정에서 다양한 지원과 절세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꼭 기업과 지분을 둘러싼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산을 두고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다툼도 많아지는 추세다. 주식이 아니더라도 부동산, 현금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가족 간 반목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 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접수 건수는 ▲2016년 1233건 ▲2017년 1403건 ▲2018년 1710건 ▲2019년 1887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1444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2021년 2379건으로 급등했고, 지난해 2776건을 기록했다.

조 변호사는 “전에는 어르신이 누구에게 뭘 준다고 정해두면 그대로 인정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고 상속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3억원 아파트가 10년만에 30억원으로 바뀌는 상황이니까 눈감고 넘어가기엔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승계에 있어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