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교사도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에 준하는 수당을 줘야 한다.”
2019년 11월, 재외 한국학교로 파견을 갔다 온 교사 A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내놨다. 교육부는 발칵 뒤집혔다. 파견교사들이 줄줄이 소송전에 합류할 것이란 우려는 곧 현실화 됐다. A씨가 요구한 금액은 약 1억1456만원이었으나 유사 사건 원고가 10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정부가 지급해야 할 금액도 100억원가량으로 급증했다. 제도 자체가 사라질 위기였다.
문제의 발단이 된 건 교육부가 운영중인 ‘재외 파견교사 선발제도’다. 교육부는 국내 교사들 중 일부를 선발해 재외 한국학교에서 2~4년 간 파견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이 제도에 따라 선발 돼 2016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3년간 재외 한국학교에서 근무했다. A씨는 본봉을 제외하고 파견 기간 한국학교에서 월 합계 2200∼2285달러, 한화 약 299만원의 기본급과 주택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귀국 후 정부가 주재관이나 외무공무원에 준하는 수당을 주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무원보수규정’에는 “국외에 파견된 공무원 등에게는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그 규정에 따른 수당 등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교육부는 재외국민교육법 시행령상 ‘예산 사정을 고려해 지급 대상,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들어 반박했으나 1·2심 모두 패소했다.
법무법인 지평은 3심에서 재판부 판단을 뒤집는다. 이 사건을 대리한 한철웅(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는 “근무조건 법정주의 재량권에 대한 법리적인 부분을 대법원이 판단한 사건”이라며 “대법원 판결문에 공고를 숙지한 상태에서 파견교사에 지원하는 것인데, 추가 수당을 인정하면 공고를 보고도 선발 절차에 지원하지 않은 교사와의 형평에 반한다는 내용이 적혔다”며 공정 이슈와도 맞닿았다고 설명했다.
◇ 1·2심 “공무원 수당 규정에 맞춰 보수를 지급해야”…소송 줄이어
1심에서 교육부는 재외국민교육법 시행령 제17조에 ‘파견공무원에게는 교육부 장관이 예산 사정 등을 고려해 지급 대상과 지급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들어 A씨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교육부가 예외조항을 구체적인 내부 지침이나 기준 없이 적용한 것은 ‘재량권 일탈’이라고 봤다.
1심에서 패소하자 정부는 교육법 전문가인 박성철(사법연수원 37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에게 2심을 맡겼다. 그도 2심에서 쓴맛을 봤다. 박 변호사는 “재량권 일탈 등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유지된다면 파견교사 제도를 끌고 가기 쉽지 않겠다는 우려도 나왔다”며 “좋은 제도에 존폐 우려가 나와서 안타깝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 ‘반전의 상고심’ “수당, 교육부 장관 재량권 인정” 판단 이끈 지평
2심에서 패소한 지평은 마지막 3심에서 절치부심했다. 박성철 변호사와 한 변호사, 백규하(변호사시험 8회) 변호사는 법리적 오류를 파고들었다. 공무원 수당에 관한 법은 물론 시행령, 예규까지 찾아 해맸다. 내부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깨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학교가 협의를 거쳐 수당 등을 정했다는 내용도 대법원에 호소했고, 선발계획 자체가 원심이 말하는 ‘구체적인 기준’이므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평은 공무원수당규정과 재외국민교육법 시행령 제17조가 교육부 장관에게 수당 지급 범위에 대한 조정 권한을 부여했다고 반박했다. 법으로 교육부 장관에게 재량권을 정했으므로 수당조정이 적법하다는 취지다. 한 변호사는 “행정청 내부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한 재량준칙의 제정 여부가 재량권 일탈·남용과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외국민교육법 시행령’은 교육부 장관에게 재량권을 줬을 뿐 법을 위임한 게 아닌데 항소심 재판부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란 개념까지 쓰면서 위임받은 법을 구체적인 내용인 훈령이나 고시로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상고심에서 재량준칙과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란 점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평 주장을 받아들이고 원심을 파기했다. 파견교사 보수는 국가 재정 상황이나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어서 반드시 법률 형식으로 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특히 지평 주장처럼 교육부 장관에게 파견교사 수당 지급과 관련해 재량권이 인정되고, 선발계획 수립·공고가 ‘내부 지침’이라고 판단했다. 교육부 장관이 재외 한국학교와 협의해 수당을 정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근무조건 법정주의 재량권에 대한 법리적인 부분을 대법원이 판단한 사건”이라며 “대법원 판결문에 공고를 숙지한 상태에서 파견교사에 지원하는 것인데, 추가 수당 인정하면 공고를 보고도 선발 절차에 지원하지 않은 교사와의 형평에 반한다는 내용을 적혔다”며 공정 이슈와도 맞닿았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원심이 파기될 확률은 상당히 낮은데도 결국 대법원이 우리 주장을 인정해 원심이 뒤집히고 제도가 유지되도록 기여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1심 소송들이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기 위해 계류돼 있었다”며 “대법원 판결문에서 깔끔하게 정리를 해줘 나머지 소송도 정리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