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업 특수가 끝나며 영업이익 감소로 고전 중인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수익성 악화 요인이 있다. 2016년 아시아나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인수한 스위스 게이트그룹(GG)에 매년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아시아나는 GG에 작년 510억원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 1300여억원을 줘야한다. 2018년부터 향후 30년간 줘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돈이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경영진이 2016년 GG에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1333억원에 매각하면서 보장한 ‘순이익 보장 약정’에 따라 지급된다. 검찰은 GG 전현직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아시아나의 비용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2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경영진은 그룹 재건 계획의 일환으로 2016년 아시아나 핵심 자산인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GG에 넘기는 대신, 금호기업(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 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하는 내용의 패키지 딜을 추진했다.

이 계약에 따라 아시아나는 그해 12월 30일 게이트고메코리아(GGK·아시아나 지분 40: GG 지분 60)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아시아나와 GGK 사이에 기내식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GG의 계열사인 게이트그룹파이낸셜서비스(GGFS)가 2017년 3월 금호기업의 BW 1600억원 어치를 최장 20년 만기의 무이자 조건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기내식 공급계약 부속서에 문제의 순이익 보장 약정이 포함돼 있다. 해당 사업계획서에는 순이익이 보장되도록, 30년간 연도별 기내식 이용승객 1인당 공헌요금(contribution per pax)을 산정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0년간 매월 이용 승객을 예상해 승객 한 명당 추가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아시아나는 이 조항이 일정 금액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본다. 예상 승객보다 수가 적으면 공헌요금을 높여서 수익을 GG에 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른 금액을 단순 더하면 총 2조4000억원에 이른다.

당시 계약 주체였던 금호아시아나 전 경영진은 지난해 8월 시세 대비 저렴하게 금호터미널을 인수함으로써 아시아나에 수천억원의 피해를 줬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GG에 대한 순이익 보장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전 경영진 3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아시아나는 그룹 전 경영진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오자, 지난해 3월과 6월 로시뇰 전 GG 회장과 얀 피시 전 게이트그룹 아시아태평양 사장 등 주요 경영진 4명, 스프링스파트너스 조모 고문 등 2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전 경영진의 배임 범행에 상대방인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용성진)에 배당됐다. 검찰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GG에 대한 검찰 수사가 표류 중인 이유는 아시아나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소송이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가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매개로 부당하게 금호기업을 지원했다고 보고, 81억4700만원을 부과했다. 아시아나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경영진과 GG의 배임 공모에 대해서는 “공모에 가담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처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 판결 내용을 검토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도 서울고법의 판단에 아쉽다는 입장이다. 패키지딜을 무효화하기 위해 중재 소송도 냈지만, 모두 패했던 아시아나 입장에서 조약을 무효로 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GG가 본건 배임에 공모·가담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소송은 아시아나와 공정위 간 소송으로, GG의 공모 여부는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GG 측의 공모 여부도 법원 판단을 정식으로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검찰에서는 고소·고발된 인물들이 외국인이어서 출석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조사 없이 기소가 가능하다고 본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GG 관계자들은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출석을 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영장 발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터폴 수배도 가능하다”며 “이런 절차들이 진행되면 사업에 지장이 생겨 사법절차에 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