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상당 부분 원상 복구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10일 동시에 시행됐다. 검수완박법이 검찰의 손발을 묶어 놓는 조치였다면, 시행령 개정안으로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쿠데타’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수사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검수완박법과 동시에 시행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의 핵심은 검수완박법이 제한한 2대 범죄(부패·경제)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킨 검찰청법 개정안 원안에선 검찰의 수사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했다. 하지만,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중→등(等)’으로 수정했다.
이에 법무부가 범죄 해석을 폭넓게 하면서 당초 공직자 범죄로 분류된 직무유기·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선거범죄였던 정치자금법 위반·선거매수 등이 ‘부패범죄’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공직자 청렴의무 위반, 불법 금품수수 관련 범죄, 범죄수익·자금세탁 등도 검찰 수사가 가능해졌다.
경제범죄에는 사기·횡령 등 재산범죄, 대규모 민생침해를 유발하는 금융 관련 범죄, 조세·공정거래·지식재산권·부동산·건설 범죄, 기술침해·방위사업 관련 범죄, 기업형 조폭, 마약유통범죄, 보이스피싱 등이 포함됐다.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는 검찰청법상 ‘중요범죄’로 묶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경찰 송치사건에 대해 검사가 보완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했던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조항은 삭제됐다. 기존에 법무부가 입법예고했던 안에는 해당 조항을 ‘범인, 범죄사실 또는 증거가 공통되는 경우’에는 수사를 허용하는 식으로 그 범위를 넓혔는데, 차관회의 의견안부터는 아예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해당 내용은 법률이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해 법무부가 시행령의 ‘직접 관련성’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이처럼 주요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능해졌지만, 대통령령 개정안을 통해 수사가 가능해진 범죄도 부패·경제와 연관돼 있어야 검찰의 수사가 가능한 상황이라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미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당장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늘어났지만, 제한돼있는 부분이 있다”며 “수사권 범위 내에 있지 않은 범죄의 경우 최종 결론을 못 내리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대통령령 개정안에 해당되지 않는 범죄는 경찰로 넘겨야 한다는 점에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도 높다. 특히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이 문제다. 이전에는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한 사건의 경우 고소·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검찰 수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 고발인의 경우 경찰이 불송치 통지한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돼 법률상 규정된 항고권, 재정신청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며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 내부 고발 등 공익신고 사건에 있어 국민의 재판절차 진술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수사·기소 검사 분리는 검찰청법이 따로 시행령에 위임한 부분이 없어 대검이 예규로 공소제기가 제한되는 검사의 범위를 정했다.
이밖에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조항 삭제로 불거질 무분별한 별건 수사 논란 등을 해소하는 것은 법무부의 남은 과제로 꼽힌다. 이외에도 검수완박의 위헌성을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에도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