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Bloomberg 갈무리)/뉴스1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LUNA)와 테라UDS(UST)의 가치가 폭락하는 이른바 ‘루나 사태’로 인한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가상자산에 대한 업권법(업계 관련 법)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조사와 감독·수사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직접적인 조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17일 법조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규제할 업권법이 없는 상황이라 당국은 정확한 피해 실태를 파악할 수도 코인 발행 기업을 상대로 검사나 감독에 나설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시장의 경우, 특정 기업 주가 폭락 사태 등이 벌어지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행위나 회계조작이 있었는지 조사·감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행 중인 암호화폐 관련 법률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 세탁 행위만 감시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루나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폰지 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구매한 뒤 예치한 투자자에게 연 20%의 수익을 지급했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신규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주는 일종의 다단계 방식이 활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테라폼랩스나 권도형 대표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특정 가상화폐 종목 시세가 아무리 폭락해도 ‘발행자가 투자자를 기망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의도’를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주현 법률사무소 황금률 대표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특위 부위원장)은 “루나 사태에서 권 대표의 사기죄를 입증하기 위해선 테라-루나 간 알고리즘이 붕괴할 수 있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투자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점을 알고서도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라폼랩스 측은 거시경제적으로 환율 변화 등으로 인해 1달러를 맞추기가 어려워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방어할 수 있다”며 “루나가 높은 가격으로 꽤 지속된 상태라 법적으로 의율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고, 결국 불기소 처분이 나오면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도 “테라 플랫폼 안에는 일종의 은행 같은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쉽게 말하면 은행이 UST에 투자를 하면 달러로 연 20%의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을 판매를 한 것”이라며 “그러나 테라폼랩스가 실제로 3년 넘게 해당 서비스를 유지했고, 루나파운데이션 가드라는 비영리 단체가 가진 달러 대부분을 UST 하락을 막는데 사용해 사기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자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도입된다고 해도 제2의 루나 사태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태다.

금융위원회가 내년에 마련하고 2024년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이 법은 ▲코인 부당거래 수익 등은 사법 절차를 거쳐 전액 환수 ▲불완전판매·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조사 뒤 사법 절차 거쳐 부당수익 환수 ▲해킹, 시스템 오류 발생 대비 보험 제도 확대 ▲디지털자산 거래계좌와 은행 연계시키는 전문금융기관 육성 등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법으로는 해외에서 발행된 코인까지 규제할 방법이 없다. 가상자산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이런 업권법을 만들어 코인 발행과 유통 과정에 대한 감독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지만, 루나처럼 해외에서 발행된 코인까지 국내법으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