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형 로펌들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선거 이후 발생할 법률 수요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규제철폐’나 문재인 정부의 ‘제이노믹스’와 같은 정책이 시행됐을 때도 법률시장이 확대되는 등 대선 후보의 정책이 기업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다.
13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10대 대형 로펌들 중 대통령 선거TF를 공식화한 곳은 법무법인 세종과 화우, 동인으로 나타났다. 그 외 로펌들은 TF를 아직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각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대선 후보들의 공약 등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특정 공약의 실행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이슈의 경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간에 ‘강경대응’ ‘완화기조’ 등 온도차가 확실하다. 윤 후보는 “투자 의욕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이 후보는 “불법하도급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등 각 후보가 제시한 비전이 다른 만큼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의 수요도 있다.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면 법률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데, 법률 해석이나 산업군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대선과 같은 큰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을때는 특히 해외 기업들의 경우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따라서 로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대응 TF를 구성한 곳은 세종이다. 세종은 지난해 11월 대응TF를 구성하고, 4차산업혁명 관련 플랫폼 노동에 중점을 두고 대응해왔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여야의 기조는 다르다. 여당은 규제 강화에, 야당은 자율 상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종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라 규제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탄소중립 정책과 전기차, 자율차 등 모빌리티 분야에 대해서도 각 대선 캠프의 공약을 비교·검토 중이다. 이용우(사법연수원 28기) 규제그룹장과 백대용(31기) 입법전략자문그룹장, 김동욱(36기) 중대재해대응센터장 등이 세종 대응TF의 주축이다. 이외에도 인사노무그룹, 공정거래그룹, ICT그룹 등의 변호사·고문들이 포진해 있다.
화우도 지난달 대선공약TF를 정식으로 출범했다. 박상훈(16기) 대표변호사가 팀장을 맡았고,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과장 출신 홍정석(변시 1기) 변호사 등이 있다. 또 18대·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식 현 화우 고문도 합류했다. 외에 금융·노동·중대재해·공정거래 등의 정부기관 출신 인사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화우의 대선공약TF는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 방향성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대응이 주된 업무다. 또 개정 공정거래법 등 사업구조 변화, 디지털 금융, 인공지능(AI)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화우 관계자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로펌들은 3월 대선 이후 오는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도 주목하고 있다.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총선) 등 선거철은 로펌들에게 ‘특수’다. 후보 간 고소·고발로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고, 선거법 조항도 모호하다.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선거를 그르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법률자문서비스 시장이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이에 각 로펌들은 대선 대비용 선거대응팀을 통상 지방선거 때까지 운영한다.
동인은 선거대응팀을 지방선거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석우(20기) 동인 변호사가 팀장을 맡았다. 그는 부산지검 공안부장과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을 지냈다. 또 대검 공안연구관 광주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김승식(21기) 변호사,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 출신 안영규(23기) 변호사, 선거전담재판부의 부장판사 출신 이종림(26기)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이외 다른 로펌들도 대선TF를 공식 출범하진 않았지만, 인력을 별도로 둬 관련 공약을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B 대형 로펌의 관계자는 “대선 정책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불거질 이슈를 정리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선 이후 정책 분석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로펌도 있다. C 대형 로펌의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고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데 이에 맞춰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