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 전경. /조선DB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아파트 단지 내부 통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해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면허 취소를 당한 A씨가 경북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8월 11일 오후 10시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지인이 접촉사고를 내자 그 차 운전석에 타고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30m 이동했다.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A씨를 임의동행해 인근 파출소에서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운전한 사실이 없다’며 거부했고, 경북경찰청은 이듬해 음주 측정 거부를 이유로 A씨의 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경찰 처분이 부당하다는 본인 주장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아파트 안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 도로가 아닌 곳에서 차를 운전한 사람이 음주 측정을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행정 처분인 면허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의 각 동 앞에는 지상주차장이 있는데 차들은 동과 동 사이에 있는 연결통로를 거쳐 주통행로로 갈 수 있다. 사건 당일 A씨는 어느 동 주차장부터 주통행로 연결통로까지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A씨가 사고를 낸 연결통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동별로 마련된 주차장은 주민이나 방문객 등 특정 요건을 갖춘 사람의 주차를 위한 공간이지만, 정문과 후문에 차단기가 없는 이 아파트에서는 내부 주통행로와 동별 연결통로로 불특정 다수의 차가 다니는 게 가능해 도로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2심은 아파트 입구에 차단기가 없긴 하지만 ‘외부 차량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고 경비 초소가 여러 곳이라는 점 등을 들어 연결통로는 인근 동 주민과 방문객만 이용하는 곳이라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씨의 승소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