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수사를 위해 꾸려진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30일로 출범 한 달을 넘겼지만 좀처럼 실체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계좌추적 등 객관적 물증 확보에는 소홀한 채 녹취록과 일부 참고인 진술에만 기대면서 결국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과연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출범한 수사팀은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들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만 구속 기소했는데, 이마저도 영장 청구 범죄사실 일부 내용은 빠진 상태다.
수사팀은 출범 이후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핵심 장소로 볼 수 있는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출범 2주가 지나서야 이뤄졌다. 특히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 윗선’이 관여했는지 들여다보려면 시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시장실과 비서실은 계속 제외되다가 4번째 압수수색때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봐주기 논란’을 불렀다.
또 확보한 직원들 이메일도 보존 기간이 3년이라는 점에서 이 지사 시장 시절 주고받은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즉 수사팀이 확보한 수사의 핵심 단서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이 사실상 전부다. 해당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 등이 개발수익 배분 등을 논의하면서 정·관계 로비를 암시하는 대화 정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도 사실상 경찰에 뺏긴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수사팀 불찰에 사과드린다”며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후 수사팀은 뒤늦게 유 전 본부장의 지인 거주지를 압수수색해 여러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확보한 지 2주가 지나도록 이 휴대전화들이 유 전 본부장 것인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팀 수사 동력이 한 풀 꺾인데는 특히 김만배씨 구속영장 기각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 청구 당시 핵심 피의사실이었던 배임 액수 산정이 부정확했고, 유 전 본부장이 받은 뇌물도 현금과 수표에서 현금을 바뀌는 등 수사팀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검찰은 입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체포한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체포했지만 조사 후 곧바로 석방했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을 풀 키맨으로 지목됐지만 초기에 여유롭게 조사 받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수사팀 수사 능력과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밖에도 유 전 본부장 기소할때는 핵심 혐의인 ‘배임 혐의’가 빠지면서 윗선 수사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처럼 수사팀 출범 한달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검찰은 지난 28일 ‘신속한 수사’를 위해 부장검사 1명을 비롯해 모두 4명의 검사를 충원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두고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신병 확보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앞서 한 차례 기각된 탓에 섣불리 영장을 청구하지 못하는 등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