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과 촬영 계약을 맺을 당시 기간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계속 사진을 사용할 경우 초상권 보호를 위해 피촬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재판장 이동원 대법관)는 원고 A씨가 제기한 ‘초상권침해금지 및 방해예방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6년 6월 19일 목걸이와 귀걸이 등 장신구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B사와 촬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촬영 사진 저작권 및 사용권은 B사에게, 초상권은 A씨에게 있다고 명시됐다. 또 B사는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출판할 수 있지만, 제3자 제공과 2차 가공은 불가하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사용 기간은 정하지 않았다. 이후 B사는 2017년 6월 1일까지 9차례에 걸쳐 장신구를 착용한 A씨의 사진을 찍었고 총 405만원의 모델료를 지급했다.
A씨는 2017년 6월 연예 매니지먼트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 11월 B사에 촬영계약 해지 및 사진 사용 허락을 철회해달라는 의사를 밝히고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A씨는 B사가 사진을 제3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하는 등의 과정에서 상호협의하지 않았다며 계약을 위반하고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는 사진의 저작권과 사용권은 피고에게 귀속돼 사진을 계속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제3자 제공과 2차 가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A씨에만 해당하는 의무이고, B사는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또 B사는 광고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촬영 기획과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 섭외, 스튜디오 대여, 소품 준비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피팅(fitting) 사진은 제품 판매 기간 동안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B사가 판매하는 장신구 상품은 의류 상품과는 달리 판매주기가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진의 사용 기간은 해당 상품이 판매되는 기간이라고 봤다.
1심은 B사가 A씨의 사진을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사가 사진을 상품 광고에 사용하는 등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A씨와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데, 그와 같은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B사에게 사진의 상업적 사용 권한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 기간을 무제한으로 정하는 경우는 이례적이고 마지막 사진 촬영일로부터 현재까지 2년 10개월 정도가 지나 이미 통상적인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 기간은 만기 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계약서에서 촬영본의 저작권 및 사용권이 B사에 있음을, B사가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인화·전시·출판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한다는 것은 B사가 상품 판매를 위해 사진을 사용하는 것임이 명백하며 이에 따라 A씨의 초상이 쇼핑몰 웹사이트에 게재되거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히 전제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B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촬영계약이 사진에 포함된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이라고 해석할 경우 A씨의 초상권은 사실상 박탈돼 중대한 불이익이 있다”면서 “A씨가 계약 당시 사진을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가 B사에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사진 사용을 허용했음을 전제로 사진 사용이 A씨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초상권 및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