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 펀드를 국민에게 공모하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22일 첫선을 보였는데, 은행·증권사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온라인 물량 3000억원 가운데 99.8%가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은 20여 분 만에 사실상 '완판'된 셈이다. 오프라인 물량 3000억원 중에서는 74%(2226억원)가 팔렸다. 판매 첫날 정부가 올해 준비한 6000억원의 펀드 물량 중 87%(5224억원)가 팔린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음 주 초 펀드가 완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이재명 정부가 첨단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만드는 정책 펀드로 5년간 150조원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국민참여형은 올해 6000억원을 투자자에게 공모한다. 투자금을 한 번에 완납해야 하고, 5년 동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등 조건이 깐깐하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든 것은 20% 손실까지는 정부가 부담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 판매처서 오픈런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전국의 주요 증권사 주요 지점은 문을 열기 전부터 이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로 붐볐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업무 개시 2~3시간 전부터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비대면 가입이 가능한 모바일 앱의 경우, 판매 시작 직후 대부분 금융회사에 접속자가 폭주했고 10~20분 만에 배정한 물량이 모두 팔려 나갔다. 미래에셋증권은 오전 8시 판매 시작 10분 만에 온라인 물량 300억원을 모두 판매했고, 오프라인 물량 300억원은 반나절 만에 다 팔았다. 한국투자증권도 450억원 물량 중 온라인 물량 200억원을 20분 만에 다 팔았고, KB증권(125억원), 대신증권(25억원) 등도 온라인 물량을 10여 분 만에 다 팔았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데는 투자금 손실을 정부가 먼저 부담하는 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펀드 운용 결과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투자금의 최대 20%까지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다만 전체 국민 투자금의 20%를 부담하는 방식이라, 개인별로는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여기에 최대 1800만원의 소득 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등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만기 5년으로 길지만, 소득 공제와 정부의 손실 부담 등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가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돈 들어온다" 기대감에 코스닥 급등
이날 국민성장펀드 가입 열풍은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코스닥 지수는 장 초반부터 펀드가 조기 완판되고 있다는 소식에 상승 폭이 5%를 넘어섰고, 오전 9시 30분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5분간 중지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결국 코스닥은 전날보다 4.99% 급등한 1161.13에 장을 마쳤다.
국민성장펀드 흥행이 코스닥 시장까지 움직인 것은 이 펀드가 코스닥 상장 기업이나 혁신 성장 기업에 집중 투자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조성액의 60% 이상을 AI(인공지능)·반도체 등 핵심 신산업에 투입하는데, 특히 30% 이상은 코스닥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데 활용된다. 이렇다 보니 그간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코스닥 시장의 유망 성장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번졌다. 외국인도 코스닥에서 매수에 나섰다. 이에 반도체 특화 기업인 시지트로닉스, 피델릭스, AI·보안 기술주인 SGA솔루션즈와 포톤 등 이날 하루 7개 코스닥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금 유입 기대감만으로 맹목적인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정책 기대감으로 급등한 이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대규모 투자금이 시장에 들어온 후에는 종목 간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금이 부족한 성장 기업에 투자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코스닥 시장은 금리 변화에 민감한 만큼 펀드 효과보다 대외 금리 흐름 등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