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고점을 찍었다. 지금은 유럽, 중국 주식을 살 때다.”
지난 18일 홍콩에서 열린 ‘제6회 제퍼리스 아시아포럼’에서 만난 크리스 우드 제퍼리스 글로벌 주식 전략 책임자의 말이다. 그는 영국 텔레그래프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를 가장 먼저 예측한 사람으로 보도하기도 해서 유명세를 치렀다. 투자 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수차례 ‘최고의 전략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왜 미국이 고점인가.
“먼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미국 비율이다. 지난해 12월 24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전 세계 선진국 지수) 중 미국(MSCI USA) 비율은 67.2%로 2000년 이후 최고다. 버핏 지수로 불리는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도 지난해 209%로 2021년 고점(205%)을 넘었다.”
-최근 M7 주가도 빠졌다.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가 재현될 가능성은?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 등은 올해 3200억달러를 AI(인공지능)에 투자할 계획이다. 문제는 투자한 만큼 수익화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2000년대 많은 이는 인터넷 경제의 잠재력을 얘기했고, 그 말은 맞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AI 역시 예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10년 넘게 걸린다면 현재 빅테크들의 투자 수준은 너무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침체 가능성은?
“2008년 같은 금융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둔화 조짐은 보이고 있다. 먼저, 유동성 악화다.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으로 M2(통화량)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됐고, 최근에는 추세선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추세선을 하회한 시기는 2006~2008년이다.”
-다음 달 트럼프의 상호 관세 정책이 본격화된다.
“대통령의 경제학자인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지명자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재정 적자인 이유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고 달러의 과대평가가 미국 제조업을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관세로 환율을 보정해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미국이 이 전략을 실행할 동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순대외투자수지가 지난해 3분기 말 23조6000억달러에 달할 만큼 미국은 외국 자본에 의존하고 있다. 단, 미국의 ‘안보 우산’을 절실히 원하는 국가인 일본, 대만, 한국은 예외다.”
-트럼프 정책으로 중국의 피해는 없나?
“(미·중 관계는) 바이든 정부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트럼프가 중국과 거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현재 미국에 무역을 의존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침체도 지난 4분기 바닥을 쳤다. 소비 심리가 조금만 살아나도 중국 지수는 오를 것이다.”
-현재 투자하는 곳은?
“소비자 대상 중국 기술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증시 상승의 촉매제는 ‘딥시크’다.”
-최근 유럽 증시도 상승세다.
“독일의 재정 정책 변화, 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 드라기 보고서(금융시장 통합 등을 통한 유럽 경쟁력 강화 조치) 채택 가능성 등이 이유다. 독일은 지난 10년간 원전 중단 등 경제적 자살 행위를 했지만 최근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리고 독일은 실행할 수 있는 돈이 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가 유럽 경제의 문제를 고치고 있다.”
-왜 외국인은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나.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밸류업 정책을 믿고 한국 시장에 투자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며 밸류업 정책은 중단됐다. 밸류업을 믿고 들어간 외국인 투자자는 작년 말까지 대부분 빠져나갔다. 현재 한국 증시는 오르게 할 촉매제가 없다. 다시 돈이 들어오려면 조세 개혁 등 대규모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선 이달 말 공매도도 재개된다.
“공매도 중단은 시작도 해서는 안 됐다.”
-한국 증시가 중국이나 미국과 커플링(동조화)될 가능성은.
“한국 증시는 중국과는 기업이 경쟁 중이고, 미국과는 한국 투자자들이 경쟁 중이다. 지난해 미국 내 한국 투자자들의 비율은 매우 높았다. 한국 증시는 미국과도 중국과도 커플링되기 힘들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