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코인 거래소 ‘빗썸’이 24일부터 제휴 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바꿨다. 작년 12월 변경이 결정된 후 석 달여 동안 150만개 넘는 KB국민은행 계좌가 빗썸과 연결됐다. 빗썸 관계자는 “대형 은행과 제휴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5대 코인 거래소는 금융 당국의 지침에 따라 은행 1곳씩과만 제휴하고 있다. 특정 거래소에서 코인 거래를 하려면 거래소가 제휴한 은행의 계좌에서만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은행 간 코인 거래소를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 수익 하락을 막아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코인 투자용 자금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픽=백형선

◇KB 계좌 152만개 빗썸과 연결

빗썸은 2018년 1월부터 지난 23일까지 약 7년 동안 NH농협은행과 제휴했다. 농협은행은 이를 통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코인 관련 예금을 유치했다. 이를 활용해 각종 투자와 대출에 나섰고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빗썸은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바꾸기로 했다. 덩치가 큰 은행과 제휴해 이용자 수를 늘리겠다는 빗썸의 판단과 더 많은 예금 유치를 기대한 KB국민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빗썸 관계자는 “고객 수뿐만 아니라 디지털 부문에서 KB국민은행이 강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제휴 발표 이후 KB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보통예금 등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예금) 잔액은 151조4751억원(작년 12월 말)에서 154조7382억원(지난 21일)으로 3조원 넘게 증가했다. 또 152만개의 KB국민은행 계좌가 빗썸에 등록됐다.

국내 1위 코인 거래소 업비트는 2020년 6월부터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와 제휴했다. 케이뱅크 전체 예금(약 27조6200억원·2월 기준) 중 4분의 1 정도(6조4000억원)가 업비트와 관련된 예치금이다. 케이뱅크 고객 수도 2020년 6월 219만명에서 1339만명(지난달 기준)으로 늘었는데, 이 중 업비트와 연결된 고객은 600만명에 이른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4위 거래소 코빗과, 카카오뱅크는 3위 거래소 코인원과 각각 제휴하고 있다.

◇업계 1위 업비트 두고 촉각

빗썸의 제휴 은행이 바뀌면서 ‘머니 무브’와 계좌 이동이 벌어지자, 은행권에선 10월 케이뱅크와 제휴가 종료되는 업비트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비트를 붙잡아두려는 케이뱅크와 빼앗으려는 은행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제휴는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와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맺고 제휴해 왔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비공식적으로 업비트와 제휴를 노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코인 거래소와 인연이 없었는데, 법인의 코인 투자 허용을 계기로 업비트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작년 10월 실명 인증 수단인 ‘하나 인증서’를 업비트의 실명 인증 수단으로 추가토록 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인증서를 업비트에 추가한 건 코인 거래소 제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코인 거래소를 잡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코인 거래소와 제휴가 금리 하락기에 저(低)원가성 예금 유치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내 코인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4조원에 육박하는데, 이 자금은 거의 조달 비용이 없는 예금이다 보니 대출에 잘 활용해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은행들의 제휴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바뀐 이유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법인 자금이 더욱 들어올 것이고, 향후 전문 투자자나 외국인에게도 코인 시장이 열리면 은행 입장에서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투자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