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당일 금융감독원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시장에선 증자의 당위성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이 회사에 현금이 없는 게 아니어서다. 그간 여러 상장사가 증자를 줄줄이 철회했던 것과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금감원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자 주주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증자를 공시하기 전 금감원에 증자 예상 시기와 증자 규모, 대략적인 자금 사용 목적 등을 보고했다.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시가 나오자마자 금감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번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힌 배경이다. 상장사의 증자 발표 직후 감독당국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반응한 건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999년 이후 처음 실시하는 유상증자라는 점,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가 바람직하다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의 증자를 통해 해외 방산(1조6000억원), 국내 방산(9000억원), 해외 조선(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3000억원) 등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증자 규모와 투자처에 대해선 금감원이 미리 파악했던 만큼 제동을 걸 여지가 적은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이면서 중점 심사로 선정됐다면 7영업일 이내에 심사의 큰 틀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이달 31일까지 금감원이 유상증자 계획서(증권신고서)를 다시 써오라고 명령하지 않으면 발표대로 증자를 진행한다.
금감원이 “회사가 계획한 일정에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심사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한 터라 시장에선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정할 사안이 있다면 회사의 자진 정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증자 소식을 접한 주주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아 심사 통과를 아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금감원의 중점 심사 항목 중 하나가 주주 소통 절차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어떤 언질도 없었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투자자는 “본인들(대주주 일가) 돈은 쓰기 싫으면서 남의 돈은 아낌없이 쓰고 싶어 한다”고 평했다.
여의도 증권가 반응도 심상치 않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간 투자 목표액은 한 해에 2조원을 초과하지 않아서 회사의 이익 체력만으로 (조달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동자산은 23조원, 순이익은 1조380억원이다. 향후 2년간 5조원 규모의 상각전영업이익(EVITDA)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 유상증자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오션 지분 7.3%를 매입한 것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해당 매입은 각 계열사에 흩어진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모은 것으로 사업 재편을 통한 승계 구도 다지기로 해석된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한화오션의 지분 매입 등 현금 흐름 사용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과 (모회사) 한화의 불확실한 (유상증자) 참여 여부가 아쉽다”고 했다.
결국 이번 증자로 웃는 건 대주주 일가다. 유상증자를 작년 말에 했다면 2조원도 채 못 모았을 테지만, 올해 들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불기둥을 내뿜은 덕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됐다.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신주배정기준일 전 3거래일 또는 구주주 청약개시일을 기산일로 해 1주일·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와 기산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격으로 산출된다.
지난해 말 주가를 기산일로 잡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시한 할인율 15%를 적용하면 발행가액은 28만8000원이다. 이번 예상 발행가액(60만5000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대주주로선 주가가 오른 현재가 유상증자를 하기 좋은 타이밍인 셈이다.
금감원 측은 “공시 직후 발표된 입장문과 심사(결과)는 별개로 봐달라”며 “현재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투자 위험 등 구체적인 사항을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