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박모(26)씨는 주식 시장이 열리기 전 증권사의 종목 분석 리포트를 참고해 투자 종목을 정한다. 그는 목표 주가와 현재 주가의 차이가 큰 종목을 골라 개장 직후 매수하고, 장중에 파는 ‘단타’로 수익을 내길 기대했다.

그런데 박씨는 최근 주가가 목표 주가보다 현저히 낮은 종목을 매수했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주가는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증권사들이 목표 주가를 낮춰잡기 시작했다. 박씨는 “목표 주가와의 괴리율이 크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증권사의 목표 주가와 현재 주가의 괴리율이 가장 큰 종목은 한미반도체(042700)다. 증권사들은 특정 종목을 분석하면서 6개월 뒤의 주가(목표 주가)를 추정하는데, 증권사들은 한미반도체의 목표 주가로 16만6667원을 제시했다. 이는 20일 종가(9만400원)보다 84.4%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가 생각하는 적정 주가(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건,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회사의 주가가 빠르게 빠지고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실제 올해 8만원대로 장을 시작한 한미반도체는 지난 1월 22일 12만6100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엔 9만원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최고점인 지난해 6월 13일(18만9000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한미반도체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건 지난 1월 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으로 고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하면서다. 당시 엔비디아를 비롯한 국내외 반도체주가 동시에 급락하며 기존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고, 반도체 거품론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업체에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도 내리막을 탔다.

이달 들어선 한미반도체가 독점적 지위를 지켜 온 TC본더장비(TCB·열압착) 시장에 후발주자가 등장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TC본더는 AI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장비로, 한미반도체는 이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독점적으로 TC본더를 공급해 왔는데, 최근 한화비전의 자회사 한화세미텍이 품질 검증(퀄테스트)를 통과해 SK하이닉스와 210억원 규모의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탓에 최근 여의도에선 한미반도체의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KB증권은 한미반도체의 목표 주가로 15만원을 제시했으나 이달 들어선 13만원으로 내렸다. 1분기 매출액 추정치도 기존 2090억원에서 1672억원으로 깎았으며, 영업이익 전망치도 963억원에서 839억원으로 하향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락장에선 증권가가 내놓은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의 낙폭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최소 1년간 목표 주가의 방향성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메카코리아(241710)(82.9%), 롯데관광개발(032350)(81.6%), 더블유씨피(393890)(77.6%), 대웅제약(069620)(72.1%), CJ프레시웨이(051500)(72%) 등도 실제 주가보다 목표 주가가 훨씬 높았다.

한화그룹 본사/한화

반대로 한화시스템(272210)은 목표 주가보다 현재 주가가 20.37% 높았다. 한화오션(042660)(17.96%),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4.86%) 등 한화그룹주가 목표 주가 대비 현재 주가가 높은 순위 상위에 포진해 있다.

현재 주가가 목표 주가보다 높다는 건 증권사의 기대보다 시장의 움직임이 더 빨라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들어서면 61.60% 뛰었고, 한화오션은 95.72%,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92.34% 올랐다.

다만 목표 주가만 본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21일 하루에만 13.02% 빠졌다. 사내 현금이 충분한 데다 영업이익이 안정적인 회사가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결정을 한 탓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인데, 한화(000880)(-12.53%), 한화시스템(272210)(-6.19%), 한화솔루션(009830)(-5.78%) 등 그룹주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괴리율을 주가 상승 여력으로 단순히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애널리스트의 개인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하므로, 투자에 있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