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 물질을 개발하는 코스닥 상장사 메드팩토(235980)는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 정관 변경 안을 상정했다. 사업 목적에 전자상거래업과 통신판매업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메드팩토가 기존 신약 개발과 거리가 먼 사업에 나선 이유로 기술특례 상장사라는 점이 꼽힌다. 기술특례 상장 후 5년 동안은 상장사 매출액 요건을 유예받는데 지난해 이 기간이 끝났다. 올해부터는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는다.

메드팩토는 상장 후 지금까지 매출이 올린 적이 없다. 신약 개발로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래픽=손민균

5년 전 바이오 열풍을 타고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기술특례 상장사들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매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코스닥시장 상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규 기술특례 상장사는 2018년 처음으로 20개를 넘어선 뒤 2019년 21개 → 2020년 25개 → 2021년 31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2020년 상장한 기업은 지난해로 관리종목 유예 혜택이 끝났다.

기술특례 상장은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해도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완화해 주는 제도다. 연구·개발(R&D)로 필요한 돈은 많지만,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바이오 기업들이 이 제도로 대거 주식시장에 진입했다. 기술특례 방식으로 2020년 상장한 25개 기업 중 16개가 바이오 기업이었다.

그런데 상장 이후 5년이 지나도 매출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상당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술특례 상장사들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관을 변경해 신사업을 추가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새로 진출하는 분야는 주로 화장품·건강식품·유통업 등으로, 비교적 단기간 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항암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박셀바이오(323990) 역시 주주총회에서 건강식품과 화장품 기구 도매업에 나서기 위해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다. 박셀바이오의 지난해 연 매출액은 19억원으로, 30억원을 밑돌았다.

빠르게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티움바이오(321550)는 지난해 말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페트라온을 흡수합병했다. 페트라온의 2023년 매출액은 44억원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티움바이오는 즉각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아울러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사들은 매출액 요건(5년)뿐만 아니라 손실 요건(3년)도 면제받게 돼 있다. 사실상 올해 매출액 요건 면제가 종료되는 기업들은 2023년부터 이미 손실 요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여기서 말하는 손실요건이란, 최근 3년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중이 자본 대비 50%를 두 번 이상 넘게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말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이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매출액을 30억원까지 올려야 하는 기업 중 이미 손실 요건을 지키지 못해 거래소로부터 관리 종목 지정 우려를 받은 기업들도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카이노스메드(284620)는 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받은 상태다. 이달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 사실이 확정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커지자 두 기업 모두 이달 유상증자 카드를 내놓았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 손실 비율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주가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상증자 납입이 미뤄지는 등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사가 꾸준히 늘어온 만큼 매년 매출 증대와 법차손 개선을 위한 상장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 투자할 때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사업 발표나 자본 조달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