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김씨의 6살 딸아이는 3년째 티니핑의 열렬한 팬이다. 시즌마다 수십개씩 새로 나오는 각 티니핑 장난감 세트는 기본이고 티니핑이 그려진 의류와 액세서리까지 모으지 않는 게 없다. 주말이면 티니핑 영화나 뮤지컬을 보고 간식도 전부 티니핑이 들어간 캐릭터 제품을 고른다.
최근 아이 관심이 시들해져 한숨 돌리나 했는데 유치원 친구들 사이에서 ‘위시캣’이 인기라며 딸아이는 ‘아이냥’ 캐릭터 스티커를 모으기 시작했다. ‘파산핑’에 이어 ‘파산냥’ 캐릭터가 새로 등장한 셈이다.
김씨는 무한 번식하는 이 캐릭터들이 하나의 제작사에서 나왔다는 점을 눈여겨보았다. 지갑을 털어가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생각해 올 초 SAMG엔터(419530)에 투자했는데, 최근 계좌를 열어보니 수익률이 세 자릿수에 달했다. 김씨는 “이제 티니핑에 쓰는 돈이 아깝지 않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SAMG엔터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만2730원에서 21일 기준 3만1700원으로 149% 올랐다. 최근 주가 강세는 실적 개선에 영향을 받았다. SAMG엔터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연간 매출액은 951억원에서 1164억원으로 22.4% 증가했고, 4분기 흑자 전환하면서 영업손실은 전년 94억원에서 지난해 61억원으로 감소했다.
SMAG엔터는 2000년에 설립된 1세대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티니핑, 미니특공대, 위시캣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수익 구조를 대폭 개편했다. MD 등 제품 판매는 유지하면서 상품과 콘텐츠 제작보다 라이선스 판매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상품(9억→4억원)과 콘텐츠 제작(33억→16억원) 매출은 줄었지만, 라이선스 매출은 112억원에서 212억원으로, 제품 매출은 773억원에서 89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라이선스 체결 계약도 지난해 127건으로, 전년(77건)보다 65% 늘었다.
기존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뽀로로’나 ‘아기상어’처럼 IP가 성공하면 완구나 키즈카페 등에 IP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데 그쳤다. 그런데 SAMG엔터는 애니메이션 기획·제작부터 자체 완구기획팀 구성, 공연 제작, 자사몰 운영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수익 기반을 다지고 있다. 잠깐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다가 금세 잊힌 다른 아동 애니메이션 업체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회사는 올해 타깃 연령층을 넓히고, IP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4~7세 기존 타깃과 10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를 아우르는 슈퍼 IP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업계와 협업을 진행하는 것은 올해 SAMG엔터의 ‘타깃 연령층 확대’ 전략과 통한다.
이를 위해 SAMG엔터는 화장품 브랜드 클리오의 자연주의 스킨케어 라인인 ‘구달’과 함께 한정판 에디션을 출시했고, SM엔터테인먼트 신인 걸그룹 하츠투파츠와 올해 상반기 ‘캐치! 티니핑’ 협업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SAMG엔터가 ‘티니핑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AMG엔터의 성장 전략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켓몬스터’ 관련 IP를 관리하는 일본 포켓몬컴퍼니와 비교하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달 말 임직원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주가 급등에 일부 증권사가 ‘빚투(빚내서 투자)’ 차단에 나선 점은 급등한 주가에 부담 요인이다.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로 SAMG엔터 18만주가 이달 24일 새로 상장된다. 전체 주식(859만930주)의 2.1% 규모로, 행사가액은 1주당 5600원이다. 현재 주가의 5분의 1 수준이라 상장 후 한꺼번에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SAMG엔터 주가 급등에 투기성 매매가 늘어나자 ‘빚투’ 차단에 나선 증권사도 있다. KB증권은 19일부터 SAMG엔터를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분류하고, 미수거래 보증금인 위탁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높였다. 21일 기준 SAMG엔터의 신용거래융자 잔고(신용잔고)는 51억4500만원으로, 올해에만 2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SAMG엔터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로는 매출액이 전년보다 21% 늘어난 1406억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176억원이다.
김성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AMG엔터의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19.7배, 내년 13.1배”라며 “글로벌 캐릭터 IP 분야의 주요 기업인 반다이 남코, 산리오, 월트디즈니의 29.7배 대비 저평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