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 김용범 부회장이 작년 말 스톡옵션 99만주를 행사해 814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회장은 여기에 상여금 등까지 더해 작년에 보수 832억7000만원을 받아 금융권 보수 순위 1위에 올랐다.
스톡옵션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권리를 회사가 보상 차원에서 주는 것이다. 회사 실적이 좋아 주가가 오르면 그 차익을 임직원이 가져갈 수 있어 회사 성장에 기여하도록 동기 부여하는 수단이다.
◇김용범 부회장, 스톡옵션 99만주 행사
20일 메리츠금융지주의 작년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작년 말 스톡옵션 행사 시한 만료를 앞두고 스톡옵션 99만2161주를 행사해 814억400만원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2014년 메리츠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했고, 2015년 3월 보통주 123만2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그간 자사주 소각 등으로 스톡옵션 주식 수는 줄었지만, 작년 말까지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과 권태길 메리츠캐피탈 대표도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최 부회장은 278억원을, 권 대표는 110억원을 받았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대표 경영진 3명이 스톡옵션으로 가져간 금액만 1202억원에 달한다.
◇2015년 메리츠금융에 도입된 스톡옵션
스톡옵션은 급성장하는 IT 산업에서는 흔한 보상 체계지만, 상대적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금융권에서는 드문 보상 방식이다. 회사가 크게 성장해야만 스톡옵션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상승해야 행사 가격과 시장 가격의 차익이 발생해 실질적인 보상이 되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도입엔 조정호 회장의 결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당시 김용범 부회장은 “2년 전 조 회장이 먼저 거론했지만 정작 전문 경영인들이 주저했다”며 “지난해 조 회장이 강력히 다시 얘기해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또, 이런 스톡옵션 도입은 메리츠금융이 평소 강조하는 성과주의와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은 “많은 성과를 낸 사람이 많이 충성도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평소 밝혀왔다.
메리츠금융의 스톡옵션은 단순히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따른 보상 차원을 넘어, 유능한 경영진을 파트너로 삼아 장기 근속을 장려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김 부회장의 스톡옵션엔 “5년간 계속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이후, 2020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 사이에 행사가 가능하다는 행사 제한 기간이 설정됐다.
◇2014년보다 주가 16배 뛰어
일반적으로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는 기업에 악재로 여겨진다. 내부자가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시한 만료를 앞두고 행사한 것이어서 이런 논란에선 벗어나 있다. 또 메리츠금융지주는 “김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자사주 5만주를 약 50억원에 추가 매입해 현재 총 40만주(0.21%)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김 부회장은 스톡옵션을 실제 주식으로 받지 않고 현금으로 차액을 받는 방식을 선택했다. 즉, 옵션 행사 가격과 행사일 당일 주가의 차이만큼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형태다. 이는 새 주식을 발행하거나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넘겨줄 경우, 나중에 한꺼번에 많은 주식이 시장에 팔려 나와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다.
증권가에서는 “김 부회장과 경영진이 메리츠금융을 10년간 키운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회장이 2014년 CEO에 취임한 이후 메리츠금융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의 2014년 당기 순이익은 2376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조3334억원이 돼, 10배가량으로 늘었다. 주가도 2014년 1월 2일 6436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기준 16배인 10만4000원으로 올랐다.
이날 메리츠금융 주가는 전날보다 100원(0.08%) 오른 12만20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