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차바이오텍(085660)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를 받지 않기로 하면서 주주연대와 마찰이 커지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둘러싼 표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주주연대는 회사 측 결정을 ‘꼼수’라고 비난하며 가처분 신청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양측은 과거에도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21일 차바이오텍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31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올해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눈에 띄는 지점은 회사가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권유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주주가 직접 주총장에 참석해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차바이오텍은 지난 2016년 이사회 결의를 통해 모든 주총에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권유제도를 영구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이후 10년 만에 전자투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차바이오텍 측은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이번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할 예정인데, 자신들이 이용 중인 삼성증권 시스템은 집중투표제를 지원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예탁결제원 등 다른 기관의 전자투표 시스템으로 갈아탈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며 “한시적으로 전자투표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는 선출하는 이사 수만큼 1주마다 의결권을 주는 것이다. 만약 선출할 이사가 5명이라면, 각 주주는 주식 1주당 5개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집중투표제는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이른바 ‘몰표’가 가능해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연대는 차바이오텍의 전자투표 미실시 결정을 집중투표제 도입을 막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회사가 상정한 정관 변경에 찬성해 집중투표제 도입이 무산되면, 주주가 제안한 이사 선임의 건도 통과 확률이 확 낮아진다. 차바이오텍으로선 소액주주 출석률이 저조해야 유리하기에 전자투표를 막은 것이란 게 주주연대 주장이다.
주주연대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분은 약 10%대다. 주주연대에 따르면 주주행동 플랫폼 등을 통해 결집한 소액주주 지분까지 위임받으면 지분율은 더욱 상승할 수 있다. 이달 14일 기준 차바이오텍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은 29.48%다.
주주연대는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야 한다며 이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용주 주주연대 대표는 “예탁원이나 액트(주주행동 플랫폼)에서도 전자투표가 가능하다”며 “회사가 삼성증권만 고집하는 건 전자투표를 통한 소액주주 결집을 막으려는 꼼수”라고 했다.
차바이오텍과 소액주주는 이미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2월 시가총액의 약 40%에 달하는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당일 주가는 25% 넘게 급락했다.
주주들은 잦은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고 주가도 낮아졌다고 토로한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상당분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계열사(차헬스케어)에 사용하기로 한 것이 알려진 뒤로는 주주 불만이 더욱 거세졌다.
전자투표 배제에 대한 주주연대의 해명 요구에 차바이오텍은 “이사회가 상법과 정관을 준수해 정기 주총의 제반 사항을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