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상승하면서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연초까지 순유출이 이어지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중국 증시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면서 향후 중국 증시 방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밸류에이션(Valuation·평가 가치) 측면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중국 주식 펀드 197개의 설정액(투자금)은 7조8723억원이다. 최근 1개월 동안 2939억원 늘었다. 지난 1월 2일 기준 중국 주식 펀드에서 2782억원이 순유출됐던 것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도 최근 1개월 순유입 1위에 TIGER 차이나항셍테크가 올랐다. 최근 1개월 2819억원이 몰렸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는 홍콩 항셍테크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중국 증시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중국 주식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12.19%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5.03%)을 크게 웃돌았다.

중국 증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크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지난 1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가성비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면서 텐센트(騰訊), 알리바바(阿里巴巴), 샤오미(小米), 비야디(BYD), 메이퇀(美團) 등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 정부도 내수 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섰다. 전자제품 구매 시 판매가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이구환신 지원 규모를 지난해 1500억위안에서 올해 3000억위안(약 6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연초보다 3.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관건은 최근의 상승 흐름이 유지될지 여부다. 당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중국 관세 고삐를 죄고 있다. 관세 정책을 ‘협상 카드’로 활용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과 달리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수 경기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다. 중국 국민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4.6%로 실질 GDP 성장률(5.0%)을 밑돌고 있고, 가계의 예금 잔고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아직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중국 증시가 더는 싸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은 11.5배 수준이다. 코로나19 발발 직전인 2020년 초나 상하이 봉쇄 직전인 2022년 초의 95%까지 회복했다.

특히 중국 기술주 중 하드웨어(H/W) 업종의 PER은 55배로, 미국의 동일 업종 33배보다도 고평가 상태다. 최 연구원은 “아직 중국 증시가 과열을 논하기 이르고,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하드웨어 업종처럼 고평가된 종목이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업종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 업종 편입 비중이 큰 MSCI 중국지수, 항셍테크지수, 과창판50지수 순으로 투자 매력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