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주사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종목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진 콜마홀딩스(024720) 주가가 급등했고, 중복 상장 우려에 하락했던 LS(006260)는 호반그룹이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상승했다.
만년 저평가돼 핵심 계열사보다 몸집이 작은 지주사 주가가 작은 이슈에도 요동치며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지주사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회사 상장을 자제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책 전략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 지주사 시총이 계열사 20% 수준… ‘더블 카운팅’에 몸값 뚝
한국콜마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024720)는 지난 17일 가격 제한폭까지 오른 뒤에도 이틀 연속 추가 상승했다. 콜마홀딩스의 지분 5.69%를 보유한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돌턴인베스트먼트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다는 소식에 자금이 몰렸다.
콜마홀딩스는 지주회사이지만, 시가총액이 3000억원대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콜마 시총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국콜마(161890) 주가는 17일 0.76% 오르는 데 그쳤고, 다음 날은 1.50% 하락했다.
지난 13일 호반그룹이 지분을 매집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오른 LS도 비슷한 사례다. 당일 LS 주가는 20% 가까이 올랐다. 업계에서는 “지주사는 툭 치면 급등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저평가된 상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지주사 주가가 오랫동안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는 ‘더블 카운팅(기업가치 이중계산)’ 문제 때문이다. 지주사가 거느리는 계열사가 주식시장에 함께 상장해 있어 지주사 주가는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LG(10조8000억원), SK(10조원), 롯데지주(2조4000억원) 등 국내 주요 지주사들의 시총은 각각 LG에너지솔루션(373220)(76조원), SK하이닉스(000660)(147조원), 롯데케미칼(011170)(3조원) 등 핵심 계열사 한 곳보다도 규모가 작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간 기업들은 자회사 등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뒤 사업 투자에 활용해 왔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모회사가 상장된 상황에서의 자회사 IPO, 기존 회사의 유망한 사업부서를 분할한 뒤 신규 법인을 설립해 IPO, 상장법인이 인적분할을 하고 ‘지주회사-사업회사’ 형태로 재상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 지주사 가치 떨어뜨리는 중복상장, 경영권도 위협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18%로 집계됐다. 일본(4.38%), 대만(3.18%), 중국(1.98%), 미국(0.35%)보다 비율이 훨씬 높다. 우선주를 제외한 시총 상위 15위 종목 중 삼성·현대·SK·LG·한화·포스코 관련 상장사만 18일 기준 11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중복상장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할인율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CJ(001040)(0.83배), LS(006260)(0.80배), 삼성물산(028260)(0.68배), LG(003550)(0.42배), SK(034730)(0.37배), 롯데지주(004990)(0.28배) 등 대부분의 지주사 PBR은 1배를 밑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주사들은 이익 창출 활동보단 지배구조를 통한 자회사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주가 측면에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지주사 가치를 깎아내리는 잇따른 중복상장은 경영권을 위협하기도 한다. 시총이 큰 회사는 기업가치와 거래 규모가 커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또 주식이 다수 투자자에 분산돼 있어 단일 투자자나 특정 그룹이 한 번에 경영권을 노리기 쉽지 않다.
그런데 시총이 작은 지주사의 경우 경영권 위협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복상장 문제가 지주사의 불안정한 경영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을 키우는 셈이다.
◇ 중복상장 없애야 ‘진짜’ 밸류업… 주주환원 등 지주사 상승 유인 늘려야
지주회사는 물론 국내 증시 전체의 저평가 원인이 되는 중복상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의 순자산가치(NAV) 구성요소인 영업과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 주주환원, 지배구조 등이 개선되면 지주사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유한 상장사들의 지분 가치가 지주회사 NAV에서 가장 비중이 크지만, 배당수익률 등 지주회사 고유의 상승 요인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