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직장인 이모(51)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삼성금융네트웍스 앱인 ‘모니모’에 출석 체크를 한다. 일종의 포인트와 같은 ‘젤리’를 받기 위해서다. 이뿐 아니다. 매일 모니모, 서울시 손목닥터9988, 토스 등의 앱에서 걸음 수를 포인트로 전환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 달 한 달 동안 모은 돈은 1만2000원가량. 이씨는 “소소한 금액이지만, 이걸로 알뜰폰 요금을 거의 해결하고 있다”며 “성취감도 있고, 돈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고물가 시대에 ‘짠테크’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짠테크는 ‘짠돌이 재테크’의 줄인 말로 낭비를 줄이고 한 푼이라도 모으는 재테크를 뜻한다. 대표적인 게 모바일 앱을 통해 적은 돈이라도 적립하는 ‘앱테크’다. 앱테크는 과거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이용이 늘고 있다. 올 1월 케이뱅크는 보험료를 조회하거나 특정 페이지를 방문하면 1~4000원을 주는 ‘용돈받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두 달 만에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었는데, 이 중 60%가량이 40~50대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젊은 층이 더 많이 참여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윗세대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4050세대들이 젊은 세대보다는 ‘아껴야 잘산다’는 태도가 몸에 밴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만보기 앱테크부터 시작

일반적으로 앱테크로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 해야 하는 주요 미션은 출석 체크, 만보기, 보상형 광고 보기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특히 만보기는 중장년층이 주 이용자가 된 지 오래다. 건강 관리를 위해 걸음 수를 채우면서도, 푼돈이지만 확실한 용돈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이 만보기 앱테크에 익숙해지면서, 다른 앱테크도 쉽게 접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부 김모(49)씨는 만보기앱만 5개를 사용 중이다. 토스, 모니모 외에도 캐시워크, NH헬스케어 등을 쓰고 있다. 만보기앱 하나당 한 달에 2000원가량을 받아, 한 달이면 1만원 정도를 번다. 김씨는 “이렇게 모은 돈은 쿠폰으로 전환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쓰고 있다”며 “요즘 예금을 굴려 한 달에 1만원을 받으려면 얼마나 힘든 줄 아냐. 만보기를 한 번에 10개씩 쓰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실제 대표적인 만보기앱 ‘캐시워크’ 이용자 중 40대가 31.7%, 50대가 34.3%로 4050세대가 이용자의 66%가량을 차지했다. 30대는 21% 수준이었다. 2023년 출시됐던 우리은행 데일리워킹적금의 가입자도 40대 비율이 30.4%로 가장 많고, 50대 이상이 30%로 집계됐다.

◇절약에 더 친숙한 4050

4050세대는 통상 경제활동이 많고 구매력도 높아 소비의 주축으로 꼽힌다. 그러나 절약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도는 젊은 세대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의 작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짠테크’에 대한 호감도는 20대 49.2%, 30대 52.8%, 40대 56.4%, 50대 57.6% 등으로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신념에 동의하는 비율도 40대 53.2%, 50대 64.0% 등으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삼성의 모니모, 토스, 케이뱅크, KB페이 등과 같이 대부분의 금융 앱들이 앱테크를 지원하는 것도 영향을 줬다. 굳이 새로운 앱을 찾지 않아도 쉽게 앱테크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4050세대들은 60대 이상에 비해 스마트폰을 잘 다뤄 앱테크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며 “또, 직장 생활을 더 오래 하고, 극복을 해본 경험이 있는 세대다 보니 젊은 세대에 비해 지루하고 규칙적인 것들을 잘해 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앱테크를 통해 버는 돈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의 ‘금융 앱테크 이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앱테크 경험이 있는 만 14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대의 월평균 적립 포인트가 1만498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8152포인트), 40대(7374포인트) 순이었다. 모두 평균치(6947포인트)를 상회했다. 30대 이하부터는 평균을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