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로,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계획한 상태에서 채권을 발행했다는 시장의 의심을 받고 있다. 회생할 계획을 갖고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면 사기에 해당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주요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뉴스1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홈플러스 사태로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오늘부터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겠다”며 “불공정거래 조사도 함께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13일부터 홈플러스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의 주관사인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를 검사 중인데, 대상을 MBK파트너스로 확대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함용일 자본시장부문 부원장을 주축으로 홈플러스 현안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상반기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대해 개별 검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 사태는 (MBK파트너스를)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는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과 회생 신청 계획 시기, 전자단기사채 발행·판매 과정에서의 부정거래 의혹,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의 국민연금 이익 침해 여부 등에 중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회생법원의 판단을 고려해 불완전판매 점검 시기와 강도를 조절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이는 ABSTB의 상거래채권 편입 여부, 채무자 신청 여부 등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금융채권으로 분류하면 변제 가능성은 떨어진다.

이 원장은 ABSTB의 성격에 대해 “매입전용카드를 사용해서 발생한 채권을 유동화한 것”이라며 “경제적 의미에서 보면 상거래채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중간에 절연돼 금융채권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상거래채권과 금융채권 중 둘 중 하나로 확실히 가르마를 타진 않은 것이다.

그는 “ABSTB가 리테일로 많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결론이 쉬웠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논란이 많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총 5949억원이다. 이 중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원이다.

현재 금감원은 홈플러스 구조조정 담당 임원의 협조를 받아 일별, 항목별 미지급 현황을 분석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주요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뉴스1

이 원장은 사태를 촉발한 MBK파트너스를 맹비판했다. 그는 “홈플러스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서 협력업체와 투자자에게 신뢰감 있는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전날 정무위 전체회의에 불출석한 건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전날 김 회장 대신 정무위에 출석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의 발언도 비판했다. 이 원장은 “(김 부회장이 국회에서) ‘법원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했는데 이는 본인들의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며 “원금 보장이라는 공수표를 날려도 (채권이 법원의) 회생 계획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법원의 회생 계획 안에 들어온 채권이어야 투자자들이 자금을 되찾을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MBK파트너스가 어제 한 말은 법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라며 “ABSTB의 법적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누구 책임인지 밝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신영증권과 신평사 검사에 대한 말은 아꼈다. 이 원장은 “일부 단편적 사실을 알아냈어도 플레이어가 많아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한다”며 “다져진 증거에 기초해 (말씀드릴) 시간을 달라”고 했다.

홈플러스의 회생신청으로 같은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됐다는 목소리에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달 4일 이후 신용등급 A1은 1조4000억원어치가 순발행 됐고 A2와 A3는 미미한 금액의 순상환은 있었지만 통상적인 흐름이다.

이 원장은 “발행 급감 사례는 없다”며 “레고랜드, 태영건설 때와 달리 정상적으로 시장은 운영되고 있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