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시스템 오류로 지난 18일 코스피 거래가 7분간 멈추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로 매수·매도 시점을 놓쳐 손실을 봤다는 투자자들은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류가 발생한 시간이 비교적 짧았고 구체적인 피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거래소의 손해배상 예외 사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는 지난 2023년 분쟁처리지침을 제정했는데, 이를 토대로 배상한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시스템 안정성을 강조해 온 한국거래소의 신뢰도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7분부터 11시 44분까지 동양철관(008970)을 시작으로 유가증권시장 전 종목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해 주식 매매거래 체결이 지연됐다. 시스템 복구 후 호가가 정상 접수됐지만, 동양철관의 경우 낮 12시 5분부터 3시까지 거래가 정지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종목토론방 등에서 “서버 중단으로 제때 못 팔아 700만원을 손해 봤다”, “동양철관 주문 체결이 늦어져 그 시간 다른 주식을 못 샀다” 등 전산 장애로 인해 투자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자금융거래 분쟁처리지침에 따라 한국거래소에 관련 손해배상 청구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날 오후부터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전산 장애 관련 피해 입증을 위한 자료 확보, 전산 오류 대응 방법 등에 대한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2023년 5월부터 시행된 거래소의 해당 지침에는 거래소가 전산 장애로 인해 호가 접수 또는 매매계약체결이 불가능하거나 이용자의 전자금융거래에 장애를 초래한 경우로서 객관적으로 매매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 손해배상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거래소 리스크관리 담당부서가 배상금 지급을 맡는다.
전산 오류 관련 보상책을 내놓은 해외 사례도 있다. 2023년 1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백업시스템 운용 실수로 개장 직후 약 250개 종목의 가격이 급등락하고, 80여개 종목의 거래가 30분가량 멈췄다. NYSE는 이후 수천건의 거래가 무효가 된 만큼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NYSE 측은 “규정에 따라 NYSE에 접수된 (전산 오류 영향을 받은) 주문에 대해 100% 환불할 것”이라며 “이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데 따르는 보호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코스피 먹통 사태는 손해배상 예외 사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지침상에는 예외 조항으로 ‘시세 지연 또는 매매계약체결지연 이후에 호가가 순차적으로 체결되는 등 손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전산장애가 발생한 후 신규 매매거래를 통해 얻으려고 한 이익 등 기대이익의 배상을 신청한 경우’ 등이 포함돼 있다.
거래소 측은 거래 재개 후 순차적으로 접수된 거래가 처리됐기에 체결이 지연됐을 뿐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7분 정도의 짧은 오류였기에 이 시간 어떤 손실이 있었는지 투자자가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증권사가 먼저 고객에게 손실액을 배상한 후 거래소에 구상권을 청구할 순 있지만, 거래소가 일으킨 오류에 증권사가 먼저 나서 보상할 가능성은 작다.
거래소는 지난해 6월 ‘전산장애 대응 프로세스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양한 형태의 전산장애 예방 및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등 ‘무장애’ 시장 운영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산 오류로 거래소의 신뢰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스피 일평균 거래량은 4억7066만주, 거래대금은 11조1692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류가 난 7분은 약 845만주, 2005억원이 거래될 수 있는 시간이다. 전산 오류에 따른 여파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전산장애로 인한 투자자 불편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종목이 오는 31일 800종목으로 확대되는 만큼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4월 말까지 주말마다 넥스트레이드와 합동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