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수원에 사는 최모(56)씨는 두 달 전 퇴직 후 처음으로 받아본 지역 가입자 건강보험료 고지서 내역을 확인하고 마음이 무겁다. 보험료가 예상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60세가 되면 납입 의무가 끝나는 국민연금과 달리, 건강보험은 조건에 해당하면 평생 납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씨처럼 퇴직 후 소득이 급감한 은퇴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일반 보험회사를 통해 가입하는 보험과 달리 사회보험이므로, 예외 없이 가입과 보험료 납입 의무가 있다. 납부 기한까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연체금 부과와 함께 재산 압류 같은 강제 징수 절차까지 진행될 수 있다. 보험료 납입이 부담 된다고 마음대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다. 은퇴 후 커진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방법을 살펴보자.

◇건강보험료 책정 기준

건강보험 가입자는 크게 직장 가입자, 지역 가입자, 피부양자 세 가지로 분류된다. 작년 말 직장 가입자는 1988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약 38.6%이다. 지역 가입자는 1567만명, 피부양자는 1589만명으로 피부양자가 조금 더 많다. 최근 정부가 재정 안정을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강화해, 피부양자는 2019년 말 1910만명에서 5년간 320만명이 줄었다.

그래픽=양진경

현재 보험료율은 7.09%인데, 직장 가입자는 사업주가 절반을 부담하기 때문에 가입자의 실제 부담률은 3.55%이다. 보수 외 소득이 있는 경우, 이자나 배당소득,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분에 추가 보험료가 부과된다. 작년 말 직장 가입자 80만4000명(4%)이 보수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를 냈다.

퇴직하면 지역 가입자로 전환된다. 이때는 ‘소득 월액’과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된다. 소득 월액은 연간 소득을 12개월로 나눈 금액으로, 소득에는 이자·배당·사업·기타소득금액과 근로·연금소득이 포함된다. 연금소득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이 대상이고, 기초 연금, 사적 연금 수령액은 포함되지 않는다.

지역 가입자는 소득 이외에도 재산에 따라 보험료가 더해지므로 부담이 크다. 재산에 부과되는 보험료는 재산에 따라 등급(1~60등급)별로 점수를 부과하고, 여기에 점수당 208.4원을 곱해 계산한다. 재산 등급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의 계속 가입 제도 활용

퇴직 후 건강보험료를 줄이는 첫째 방법은 임의 계속 가입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가 퇴직하면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나, 이 제도를 신청하면 최장 3년간 종전 직장 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현역 시절 등재한 피부양자도 같은 조건으로 유지할 수 있어 유리하다. 따라서 퇴직 후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비교해 보고, 이전보다 많이 나왔다면 임의 계속 가입 제도를 신청하기를 추천한다. 단, 최초 보험료 고지를 받은 납부 기한부터 2개월까지만 신청 가능하므로 반드시 기한을 잘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임의 계속 가입 자격 유지 기간 중 자녀의 취업으로 피부양자 전환 기회가 생겼다면, 공단에 임의 계속 가입 중지 신청을 하면 된다.

◇보험료 부과 안 되는 소득 늘리기

둘째로는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 아닌 소득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직장인은 보수 외 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건강보험료를 추가 부담해야 되므로 주의하는 게 좋다. 특히 이자 및 배당소득인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라면, 비과세종합저축이나 연금보험, 매매 차익 채권 투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상품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건강보험료를 산정할 때 주식 매매 차익 등으로 생긴 양도소득은 반영되지 않으므로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 비율을 높이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래픽=양진경

퇴직 후를 준비한다면 노후 자금을 개인 연금과 연금저축 계좌를 중심으로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연금보험과 연금저축 계좌(연금저축, 개인형 IRP)와 같은 사적 연금 소득은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일반 계좌에서 이자·배당소득이 연간 1000만원을 넘어간다면 전체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반면 퇴직 급여를 IRP 계좌로 이전해 연금 한도 내에서 나눠 받으면 연금소득세로 인한 절세 효과 외에 건강보험료도 아낄 수 있다.

◇피부양자 등록

가장 좋은 방법은 피부양자 자격을 얻는 것이다. 피부양자란 직장 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자를 뜻한다. 자녀나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인정되면 건강보험료가 면제된다.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가 되더라도, 자녀의 건강보험료는 그대로기 때문에 자녀 부담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피부양자 대상은 배우자, 부모, 장인, 장모, 형제, 자매, 배우자의 형제자매 등 넓은 편이다. 단, 생계를 의존하는 게 전제 조건이므로 한집에 사는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피부양자 자격은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한다. 기혼이라면 부부 모두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피부양자가 되려면 본인 명의 재산이 재산세 과표 기준 5억4000만원 이하면서 연간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거나, 재산이 5억4000만~9억원 이하면서 연간 소득이 1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즉, 피부양자의 연간 합산 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재산이 재산세 과표 기준 9억원을 초과하면 불가능하다. 사업자 등록 후 사업 소득이 있거나, 주택 임대소득이 있는 경우도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