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가 당초 예상보다 이르게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통과할 전망이다. 상장사가 유상증자를 하려면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최장 10거래일의 심사를 받는데, 금감원이 봐야 할 서류가 쌓여 있어 이 기간을 다 채우는 게 통상적이다. 삼성SDI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날을 고려하면 이달 28일쯤 심사 결과가 나온다. 현재까지 금감원이 이들의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그 전에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이니셔티브(새로운 계획)와 관련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데 당국도 지지하고 도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원장은 “우리나라 선도기업이 시장에서 수긍할 만한 내용으로 투자에 나서는 건 고무적”이라며 “증권신고서상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가 충분히 기재됐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며칠 내라고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4일 삼성SDI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공시한 데에 따른 것이다. 삼성SDI는 이 중 1조50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5000억원은 시설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조 단위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 건은 금감원의 유상증자 중점 심사 1호로 선정됐다.
이 원장은 “이차전지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요 산업을 분석한다”며 “이런 시각에서 보면 삼성SDI의 투자는 저희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이 상장사의 유상증자를 허가하는 기관은 아니라고 했다. 유상증자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에 투자 위험을 충분히 기재했는지를 따지지 기업의 투자 적절성을 보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유상증자 자체에 대한 인허가권을 행사한다는 건 매우 큰 오해”라며 “신속한 심사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배구조 선진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삼성SDI와 같은 유상증자가 가능해지려면 지배구조 선진화가 병행돼야 한다”며 “일반주주 권익을 강화하고 주주이익 및 환원에 기업이 적극적일수록 기업 가치 올라간다는 자료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 회장이 대법원까지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회장은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이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 시절 이 회장을 공소한 인물이다.
이 원장은 “대법원에 가서 처벌 이슈로 따지기보다는 정책의 이슈로 주주가치 제고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를 구속하는 등의 접근은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