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금융감독원이 나설 위치가 아니다’라는 정치권 비판이 커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역공에 나섰다. 상법이 법무부 소관이긴 하지만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장하는 안은 자본시장 선진화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다. 이 원장은 금감원의 입을 막는 게 오히려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주요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뉴스1

19일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재의요구권(거부권)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여당, 주무부처, 법무부 등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으로 결정할 문제라 최종 결정권이 없다는 점에서 모두 원 오브 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걸 것이냐고 따졌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온 마당에 부작용 완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저는 제 모든 것을 걸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다른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무엇을 걸 것인지 말씀을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현재 상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앞서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 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하자는 목소리가 번지자, 이 원장은 “직을 걸고서라도 (여권의 행보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원점으로 돌리면 안 된다는 뜻에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뉴스1

이후 지난 13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검사 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던 그 습관이 지금 금감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는데, 이날 이 원장이 반박한 것이다. 이 원장은 “‘금감원만 의견을 내라, 마라’ 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며 “(저는)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자본시장 선진화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최 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인정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이 행사하는 거고 (행사를 한다면) 따를 것”이라며 “그 전까진 자본시장 선진화 관점에서 저희의 목소리를 충분히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상법 개정안은 재의요구권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 원장은 “양곡법, 노란봉투법 등 (재의요구권이 행사될 만한 건은) 헌법 질서에 반하거나 수용하기 곤란한 경우인데, 상법 이슈는 그렇지 않다”며 “(상법 개정안은) 자본시장법과 데칼코마니로, 한국만 있는 독특한 규제라는 건 가짜뉴스”라고 했다.

이 원장은 한국경제인협회를 상대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한경협은 충분히 기업을 대표할 위치”라며 “잘 아시는 분이 와서 (상법 개정안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국민 앞에서 함께 논의하는 방향이 건설적”이라고 했다. 이어 상법 개정안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정쟁화되면서 담론이 사라졌다”며 “정책과 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