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호주 조선사 오스탈(Austal) 인수에 나선 것과 관련해 오스탈이 보유한 미국 조선소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증권사들은 평가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은 호주 법인 HAA No.1이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HAA No.1에 출자한 자금은 총 3378억원이다. 이 가운데 1687억원가량이 오스탈의 지분 9.9%를 사들이는 데 쓰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스탈의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조선소. / 오스탈 제공

한국투자증권과 iM증권에 따르면 HAA No.1이 남은 돈으로 오스탈 지분을 더 매수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1주당 4.45호주달러 기준 지분을 19.9%까지 늘려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다. 현재 HAA No.1은 외국인 투자 검토 위원회(FIRB)에 추가 지분 취득을 위한 검토를 요청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오션(042660)을 중심으로 오스탈 인수를 추진했지만, 금액 등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이번에 인수 주체와 지분율 등을 바꿔 다시 도전에 나선 셈이다.

증권사들은 한화그룹이 오스탈을 품으려는 이유를 호주 현지 사업보다 미국 함정 사업을 위한 포석으로 봤다. 오스탈은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활용해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조선소의 설비 확장을 검토 중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스탈 미국법인((Austal USA)의 모빌조선소는 미국 해군의 연안전투함을 건조하는 곳”이라며 “한화오션의 미국 내 군함 건조 시설을 늘리기 위해 주주가 2곳(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이 합심해 지원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의 미국 현지) 필리조선소는 상선용으로, 모빌 조선소는 군함용으로 활용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도 이번 투자가 한화그룹이 미국 함정 사업에 진심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변 연구원은 다만 “인수 주체에 조선사인 한화오션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다소 의아하다”며 “앞으로 오스탈 운영 과정에서 방산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보다 한화오션이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사의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