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에서 제일기획(030000) 주식은 18일 프리마켓(Pre-Market·오전 8~8시 50분)이 열리자마자 하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하단)로 직행했다. 전날 종가(1만7810원)보다 29.9%(5340원) 낮은 1만2470원에 매매가 이뤄지면서 이른바 ‘점하’를 찍었다. 하지만 이때 제일기획 주식 거래량은 1주에 불과했다.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3주차를 맞아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55개씩 총 110개로 늘렸다. 하지만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After-Market·오후 3시 40분~8시) 때 적은 거래량에 매매가 체결되면서 주가가 순간 급등락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확한 주가 변동 이유도 모른 채 추종 매매에 나섰다가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BNK금융지주(138930)RFHIC(218410)도 이날 넥스트레이드에서 프리마켓 개장 직후 하한가를 찍었다. 하지만 거래량은 1주에 불과했고, 이내 주가가 전날 수준을 회복했다.

반대로 성일하이텍(365340) 주식은 이날 오전 8시 5분 4만4600원에 매매가 이뤄지면서 전날보다 주가가 29.5%(1만150원) 뛰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성일하이텍 주식 거래량은 1주뿐이었다.

전날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프리마켓이 열리고 심텍(222800) 주식 4주가 상한가에 체결됐고, 반대로 DB손해보험(005830) 주식 50주가 하한가에 매매되면서 주가가 급등락했다.

이상 고가·저가가 나타나면서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할 수 있는 110개 종목의 고가와 저가 차이는 전날 평균 4.4%였다. 한국거래소 정규장에서 고가와 저가 차이 평균 3.1%보다 컸다.

가장 큰 원인은 적은 거래량이다. 전날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거래 주식 수는 각각 32만5430주, 28만9469주였다. 1종목당 프리·애프터마켓 거래량이 5500여주 수준이었다. 거래 시간이 5시간이 넘는 점을 고려할 때 1분당 10~20주꼴로 체결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적절한 호가를 제시할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넥스트레이드에 아직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거래대금 기준 넥스트레이드 출범 1주차(3월 4~7일)와 2주차(3월 10~14일)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각각 97.8%, 98%로 절대적이었다.

개인들은 헛갈린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넥스트레이드 거래 종목이 프리마켓에서 급등락하면서 장대 음봉·양봉이 선 것처럼 나타나기 때문이다. 증권사별 종목 게시판에는 “아침부터 상한가를 갔다는 알림에 달려왔다” “반짝 하한가를 찍으면서 그래프가 마치 큰 조정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포스코엠텍(009520)은 전날 프리마켓이 열리고 100주가 상한가(1만8460원)에 거래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처럼 보였다. 이후 상승 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프리마켓이 끝날 때까지 5%가 넘는 강세를 유지했다. 정작 정규장에 들어가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1.69%(240원) 오른 1만440원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공매도 거래가 오는 3월 31일부터 재개되면서 가격 발견 기능이 되살아날 수 있지만, 프리·애프터마켓에선 공매도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앞으로 프리·애프터마켓 거래량이 늘어날 때까지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개인이 주가 급등락에 ‘묻지마 투자’에 나서지 않고 거래량 등을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