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28일 전에 신용등급 하향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날짜는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한 날이다. 다음 영업일인 이달 4일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이 하향돼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로 곧바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영증권 역시 통상적인 자본시장 업무 처리 과정을 고려하면 MBK파트너스가 확정 신용등급이 발표되기 전에 알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의 주관사다.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18일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이사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홈플러스 내부적으로 신용등급 하향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25일 홈플러스 ABSTB를 마지막으로 발행해 그 전에 MBK파트너스가 회생 신청 등을 계획했다면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심사 대상 회사의 신용) 등급이 하락할 것 같으면 어떻게 재무상황을 개선할 건지 등 보완자료를 요청하지 않냐”고 문자, 김 대표는 “그렇다. (홈플러스의 경우엔 보완자료를) 요청했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신용등급 하향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빌렸다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은 사기 요소가 있어 금융위원장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검사 과정에서 보겠다”고 약속했다.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영증권 역시 한국기업평가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은 “증권사가 신용평가사와 직접적으로 (신용) 등급을 논의하진 않지만 발행업체(홈플러스)와 신평사 사이엔 계속 교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하다는 식의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신영증권은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이 신용등급 하향을 미리 알았지만 자신들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금 사장은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난다”며 “(홈플러스의 등급이 떨어지는 건)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등급이 떨어진 (바로 다음 영업일인) 3월 4일에 회생 신청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금 사장은 “(지난달) 25일 아침에 유동화증권 등급이 A3가 나왔다”며 “그날 등급이 떨어질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홈플러스에 발행 취소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등급 하향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를 들은 건 2월 27일 오후 6시 이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