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새로운 수익 모델로 각광받던 자동차 금융 시장이 은행, 카드사 등에서 위축되고 있다. 차(車) 금융이란 차량 구매나 리스, 할부 금융, 자동차 담보 대출 등 자동차 관련 대출과 금융 상품 전반을 뜻한다.

자동차 대출은 일반적으로 ‘우량 대출’로 분류된다. 자동차라는 담보물이 있어 금융회사는 대출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들은 대출을 갚으려는 의지가 강해 연체율 관리도 비교적 쉽다.

그래픽=김현국

하지만 소비심리 침체와 고금리, 각종 규제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의 ‘오토론(자동차 대출)’은 5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도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절반 된 은행 오토론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오토론 총 잔액은 2조4259억원으로 집계됐다. 6년 전인 2019년(5조589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이 감소한 것이다.

오토론은 자동차 구매 목적으로 은행에서 받는 담보 대출로, 일반적으로 차량 가격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은행들은 오토론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해 적극적으로 상품을 개발했고, ‘블루오션(경쟁이 적은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은행권 오토론은 2019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2년(4조3097억원), 2023년(3조2996억원), 2024년(2조4911억원)으로 해마다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은행권 관계자는 “차량 판매 감소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 적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2018년 10월부터 은행권 오토론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를 적용했다. 오토론으로 돈을 빌리면 그만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경기 부진에 차를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차 금융이 위축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1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은 약 163만6000대로, 2013년(154만4000대)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20대의 신차 구매가 전년 대비 12.1% 감소했고, 자동차 주력 구매층인 30대(-3.7%), 40대(-7.4%), 50대(-10.8%), 60대(-8.3%) 모두에서 구매가 줄었다.

KAMA는 “금리 완화, 물가 안정 등 소비 여력 개선 요인이 있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소비 심리 회복이 불투명하다”며 “차량의 지능화 및 전동화 확산으로 신차 가격이 높아지는 것도 수요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했다.

◇카드사 차 할부 자산도 감소

은행권 오토론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의 자동차 할부 금융도 내수 부진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자산이 줄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 금융을 취급하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관련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9조386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9조8994억원)보다 약 5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특히, 카드사는 금리 경쟁력이 약화된 영향도 있다.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급등하기 전인 2022년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낮은 금리를 무기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고, 여전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금리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높아진 금리에 자동차 구매 자체를 미루거나 다른 금융 선택지를 찾아 나섰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일부 고객에게 제공하는 자동차 카드 할부 서비스가 이런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 차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자동차 대출도 줄어들겠지만, 금융사들이 완전히 포기할 시장은 아니다”라며 “향후 경기 회복과 함께 다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춘 안정적인 금융 상품으로 여전히 중요한 포트폴리오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