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국내 증시를 따르는 커버드콜 ETF(상장지수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1% 이상의 월 분배금이 지급되고 파생 상품 수익에 비과세 혜택도 있는 커버드콜 ETF가 입소문을 탔다. 특히 위클리(주간) 옵션을 활용하는 커버드콜 ETF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 단기간 뭉칫돈이 몰린 이들 ETF에 투자 경고가 커졌다. 분배금 재원인 위클리 옵션 프리미엄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받는 옵션 프리미엄은 커버드콜 ETF가 매달 지급하는 분배금의 재원이다. 이 프리미엄이 하락하면 수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해당 ETF에 자금이 몰릴수록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에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이 출시한 위클리커버드콜 ETF 5종이 거래되고 있는데, 이들 ETF 순자산만 1조원에 육박한다.
해당 ETF의 수익을 내기 위해 운용사들은 옵션을 매도하는데, 짧은 기간 대규모 자금이 몰려 옵션 매도 물량도 늘어나자 옵션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쉽게 얘기해 매수자가 모자라서 시세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17일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전반적인 옵션 프리미엄이 하락한 가운데 위클리 옵션 프리미엄이 더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월간 옵션 프리미엄은 회복(확대)되는 흐름인데, 위클리 옵션 프리미엄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며 두 옵션 간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위클리 옵션 프리미엄은 월간 옵션 프리미엄 대비 평균 29%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올해는 이 차이가 20% 수준으로 축소됐다. 최근 월간 옵션 프리미엄 대비 위클리 옵션 프리미엄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30% 이상 저평가돼 거래되고 있다.
위클리 옵션 프리미엄이 이례적으로 축소된 배경에는 단기간 자금이 쏠린 커버드콜 ETF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위클리 옵션을 매도해 수익을 내는 커버드콜 ETF가 여럿 출시됐고, 이들 ETF가 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이면서 옵션 매도가 늘었다”며 “갑자기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콜옵션 내재가치가 떨어지면서 프리미엄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의 등락률에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매도해 얻은 차익(프리미엄)을 얹어 수익을 낸다. 이 수익을 매달 분배금으로 지급한다.
특히 일반 옵션보다 만기가 짧은 위클리 옵션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민감도가 높아 기초자산 등락에 따른 수익률 변화가 크다. 이 때문에 국내 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 일반 옵션 대신 위클리 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ETF가 잇따라 출시됐다.
KB자산운용이 지난해 3월 처음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 ETF를 출시했고, 지난해 말에는 삼성자산운용이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과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을 내놓았다. 한화자산운용도 ‘PLUS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들 4개 위클리커버드콜 ETF의 순자산만 9135억원이다.
그런데 위클리 옵션 프리미엄이 줄어들면 이들 ETF 수익률도 당장 영향을 받게 됐다. 이들 ETF는 매달 정기적인 현금 유입을 만드는 상품으로 입소문이 난 터라 운용사들은 분배금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매달 정기적인 분배금을 지급하려면 결국 해당 ETF의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 시계가 길어질수록 ETF 기준가격이 추종 지수와 괴리율이 커지는 건 이 때문이다.
이들 ETF로 자금이 계속 유입될수록 옵션 프리미엄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버드콜 전략은 과거 공모펀드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반짝인기였다”며 “운용사들이 비현실적인 분배금을 계속 유지하면 ETF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커버드콜 전략에 등을 돌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달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가 아니라면 분배금뿐 아니라 총수익률이 지수를 얼마나 아웃퍼폼하는지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커버드콜보다 기본 ETF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