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스닥 상장사 대유(290380)가 주주들에게 안내한 정기 주주총회 소집공고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진행 원칙이라며 공시한 안내사항이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서 의장이 주주들의 발언 순서와 시간을 조정하고, 지시에 따르지 않을 시 관련 발언을 금지 또는 취소를 명령할 수 있는 등 일방적으로 회사 측에 맞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법상 총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의장의 역할에 해당해 법적 문제가 되진 않으나 발언 순서와 시간, 횟수까지 조정하는 등 구체적인 제재 사항을 두고 주주들은 정당한 의결권 행사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유는 오는 31일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감사 선임 등의 안건을 두고 소액주주와 표 대결을 벌인다.
대유는 지난 13일 정기 주총 소집공고를 공시했는데, 다른 상장사와 달리 주총 행사 원칙이라며 안내사항을 추가했다. ▲의장이 주주들의 발언권 부여 순서를 결정하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발언 횟수 및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주주는 의장에게 발언권을 요청해 의장의 허가를 얻고 발언해야 한다 ▲의장은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발언을 금지 또는 취소를 명할 수 있다 등 7가지가 적시됐다. 입장 자격을 조사할 수 있다거나, 퇴장을 명할 수 있다는 등의 문구도 적혀 있다. 지난해 정기 주총 소집공고에는 해당 내용이 없었다.
안내된 사항은 현행법상 ‘총회의 질서유지’에 해당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상법에는 주주총회 의장이 총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의사를 정리하는 역할로, 고의로 의사진행을 방해하기 위한 발언 및 행동을 하는 자에게 발언의 정지 또는 퇴장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 정기주총은 상폐 직전까지 간 상황에 열리는 주총이기에 소액주주들의 거센 비판을 피하면서 동시에 표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한 회사의 대응책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유 소액주주연대는 그간 대유의 개선 계획 의지가 부족하다며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여 왔는데, 올해 들어 회사와 갈등이 심화했다.
대유는 모회사인 조광ILI와 함께 김우동 전 대표이사의 구속과 배임 혐의로 2023년 4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같은 해 8월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으나, 대유의 이의신청과 개선계획 제출로 관련 결정이 지연됐다. 이후 거래소가 올해 1월 상폐를 재차 결정했다. 대유는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 지난달 조광ILI는 갑자기 대유 지분 5.28%에 대한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최대주주로서 소액주주에게 거래정지 전 주가로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대유의 1대주주인 소액주주에 대응해 최대주주 지위·의결권 확보를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달 11일 공개매수를 마친 조광ILI의 대유 지분율은 22.05%에서 27.33%로 늘었다. (관련 기사☞1세대 기업사냥꾼이 갖고 있던 이 회사, 상폐 결정 내려진 자회사 공개매수하는 사연)
작년 12월 대유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진과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 소액주주연대와 표 대결을 벌였는데, 당시엔 조광ILI 측인 현 경영진이 승리했다. 소액주주연대는 해당 주총 과정에서 위임안 횡령 등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대유에 이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및 주총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 말 22.66%에서 이달 14일 기준 27.73%까지 지분을 늘렸다. 공개매수를 끝낸 조광ILI의 지분율보다 소폭 더 높다.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31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도 주주제안으로 집중투표제, 상근감사 선임 등의 안건을 올려 회사와 표 대결을 한다. 일부 주주는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의 정당한 의견 제시와 의결권 행사가 의장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막힐 수 있다며 우려했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주총에서 의장은 절대권력”이라며 “회사는 이번 주총 안건에도 ‘감사 추가 선임 여부 결정의 건’을 넣어 부결 시 주주제안으로 올린 상근감사 선임안이 자동 폐기되도록 편법을 썼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