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부채자본시장(DCM)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하우스다. 김상태 전 대표이사의 전통 IB(기업금융) 부문 경쟁력 강화 주문 아래 2023년 시장 점유율 4위에 안착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대기업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3위를 향해 달리고 있다.
DCM의 핵심인 커버리지 조직은 권용현 기업금융1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특히 2024년 모처럼 활발했던 삼성 계열사의 모든 딜(Deal·거래)을 신한투자증권이 대표 주관하는 데 이바지했다. 2024년 한 해 총발행액은 2조5000억원 규모였는데, 삼성물산·호텔신라 등 삼성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액이 2조원대를 돌파한 건 10년 만이었다.
1975년생 권 본부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켈로그 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권 본부장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며 특히 삼성 계열사 재무 기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신한투자증권이 2024년 유일하게 삼성의 모든 딜을 대표 주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꼽힌다.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본사에서 권 본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권 본부장과 일문일답.
─2024년 가장 기억에 남는 딜로 삼성을 꼽았는데.
“2024년은 DCM에서 삼성 계열사의 딜 출회가 오랜만에 쏟아졌던 해다. 단기 실적을 추종하지 않고 꾸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우스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발행 시기 선정, 최적화된 트렌치(만기) 구성, 크레딧 스토리 발굴, IR(기업 설명회), 가격 책정 등 발행전략 수립에 있어 치밀하고 세기있는 제안을 한 게 주요했다.”
─DCM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도 삼성 등 주요 대기업 위주의 영업 전략인가.
“전통 IB 조직 강화라는 그룹 대명제 아래 모든 계열사의 지원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됐다. 우선 20대 그룹 위주의 수익원 다각화가 중요했다. 신한투자증권이 경쟁사보다 업력이나 거래 이력이 좀 짧은 탓이다. 이에 기존 DCM 이외에 여러 가지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내부적인 역량을 강화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그룹 협업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반드시 좋기만 하진 않은 전략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투자자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신용등급 AA급 이상은 수요 예측 결과가 좋았다. 이는 즉 그 이하 등급 회사, BBB급 등은 신한투자증권 커버리지가 경쟁사 대비 많지 않다는 의미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DCM 이외의 설루션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예를 들면 2024년 신한투자증권이 주관했던 신세계건설 주식 공개매수가 있다. 커버하고 있는 대기업 IPO(기업공개)의 거래 발굴(Deal Origination), 유상증자나 공개매수 그리고 대량 거래(block trade)와 같은 다양한 조달과 자산매각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즉 대기업을 커버리지하면서 정확한 수요와 실질적으로 어떤 상품과 재무적 효과를 요구하는지를 빠르게 파악, 적합한 설루션을 조직 내부에서 유기적으로 제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가 계속 강조된다.
“신한은행은 증권사보다 더 넓고 오래된 거래 이력을 가졌다는 면에서 좀 더 강력한 대기업 커버리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또 자본과 리스크 프로파일(Risk profile) 관점에서 증권사가 경쟁 우위에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교차 판매할 수 있는 파급 효과가 있다. 다만 아무래도 금융지주 계열사다 보니 의사결정을 할 때 무조건적인 수익 추구보다는 공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외부 인재 영입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디나 직면한 문제일 텐데 다양성 추구 측면에서 여러 강점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인재를 조직에 데려오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프로야구단처럼 내부의 스타를 육성하는 부분 역시 소홀해서는 안 된다. 외부 인재 영입과 내부 인력 육성을 얼마나 조화롭게 할 수 있는지가 큰 숙제다.
요즘 직원들은 단순히 연봉이나 직급 등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본인의 경력 직무를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와 이 과정에서 회사가 어떤 무형의 대가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내부적으로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점이 있나.
“고객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알기 위해선 해당 업종과 기업에 대해 공부가 많이 돼야 한다. 리서치센터와도 협업이 잘 돼야 하고, 실질적으로 자주 고객을 만나서 고민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주문을 내부적으로 서로 많이 하는 편이다. 예전 대비 스스로를 비교해 보자면 그런 점이 달라진 것 같다. 또 다양한 딜 경험을 원하는 주니어 뱅커가 많은데 합병 자문, 유상증자 등 새로운 딜을 공급하면서 업무와 관련 없는 교육을 들을 수 있게 해준 점도 보람 있는 일로 꼽힌다.”
─앞으로의 회사채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미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다. 트럼프 2기 출범을 통한 재정 정책 축소 관점에서 본다면 당선 전 예상했던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은 조금 요원할 전망이다.
국내는 어떤 모멘텀(계기)이 발생해 전격적인 인하가 되지 않는 이상, 대략적으로 2.25~2.50% 수준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월에만 10조원 규모 회사채 발행이 이뤄지면서 연초 쏠림 효과가 있다. 이런 상반기 쏠림 현상이 더 부각될 것 같고, 하반기로 갈수록 개별 회사채의 등급별 스프레드는 조금 더 확대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규모로 보면 작년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서 전체 시장 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