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주 주가가 갈수록 수출 성과에 민감하게 움직이면서 기업별 희비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풀무원(017810)과 삼양식품(003230) 주가가 올해 들어 강세를 이어간 것과 달리 농심(004370) 주가는 뒷걸음질 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핵심 수출 시장인 미국의 소비 지표가 흔들리면서 주가가 조정을 겪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풀무원 주식은 24일 오전 10시 코스피시장에서 1만5330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주가가 3.71%(590원) 내렸다. 다만 연간 주가 상승률로 따져보면 43.3%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삼양식품도 올해 들어 주가가 15.7%(12만원) 뛰었다.
반면에 오뚜기는 제자리걸음 중이고, 농심은 이날 장 중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 이들의 주가를 가른 가장 큰 차이로 매출에서 내수 시장과 수출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꼽힌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수출 비중이 80% 선을 돌파했다. 풀무원은 매출에서 내수 비중이 지난해 기준 80%대로 추산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여 수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달리 농심과 오뚜기는 내수 비중이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식품주도 마찬가지다.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빙그레(005180)나 오리온(271560) 등의 주가는 올해 들어 오름세를 보였다. 내수 시장 중심인 롯데칠성(005300)이나 하이트진로(000080) 등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식품산업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 의존도가 클수록 투자 매력도 떨어지는 셈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 경기 전망지수는 올해 1분기 98.5로 지난해 4분기(102.6)보다 4.1포인트 하락했다. 기준치(100)를 밑돈 것은 1년 만이다. 식품산업 확장보다 위축을 예상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수출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소비가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서 그렇다. 미국 소비 흐름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월마트는 2026회계연도(2025년 2월~2026년 1월) 순매출 증가율을 3~4%로 제시했다. 시장 전망치(4%)보다 낮은 수준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 예비치를 49.7로 발표했다.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2023년 1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2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도 64.7로 이달 초 발표된 예비치 67.8보다 하향조정됐다. 두달 연속 내리면서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음식료품 기업 가운데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 곳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지난해에는 수출 실적이 잘 나오는 종목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종목이 주목받아야 할 때로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