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분배금 반토막’ 사건으로 분배금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문제가 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로 분배금을 반 이상 받지 못한 걸 시장이 인지한 건, 해당 상품이 미국 대표 지수형이라 비교할 타사 상품이 있어서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만 있는 ETF였다면 알아채기 어려워 조용히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탓에 분배금 관련 안내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자가 특정 ETF의 이연된 분배금을 유추할 방법은 해당 상품의 구성종목(PDF) 중 원화 예금의 증감 추이를 보는 것뿐이다. 그나마도 이 수치는 추정할 수 있는 자료일 뿐이고 이연된 분배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원화 예금엔 기초자산에서 나온 배당금뿐만 아니라 기초자산을 사고 남은 현금과 기초자산을 일부 매도해 얻은 이익이 섞여 있어서다.
자산운용사가 기초자산에서 나온 배당금을 모두 분배했는지, 아니면 일부만 했는지 알아보려면 투자자가 일일이 계산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기초로 한 ETF라면 해당 지수의 분기 또는 연간 배당률과 미국나스닥100 ETF의 분배율이 일치하는지 따지는 것이다. 나스닥100과 같은 대표지수는 ETF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가지고 있어 상품 간 분배금 비교를 통해 운용사가 분배하지 않고 빼둔 금액을 추측할 수 있다.
특정 자산운용사만 낸 테마형 ETF라면 계산이 더 복잡하다. 기초지수를 에프앤가이드나 S&P다우존스 같은 지수 산출사와 계약을 통해 만들기 때문에 배당률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럴 경우엔 투자자가 ETF에 있는 종목 전부의 배당금을 합쳐 배당률을 산출한 후 ETF 분배율과 비교해야 한다. 펀드의 손익계산서에 적힌 배당수익을 통해서도 분배금 이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손익계산서는 1년에 1번 나와 당장 투자 자료로 활용하긴 어렵다.
분배 여부는 전적으로 자산운용사의 판단에 따른다. 자본시장법상 펀드의 보유 현금이 충분하지 않거나 기초지수와의 추적오차율을 줄이기 위해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아예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자산운용사가 ETF의 분배금을 결정하는 과정이 설명이 아닌 통보라는 점이다. 이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나스닥100’의 분배금 중 71%가량을 유보했는데, 지급 전까지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기대보다 적은 분배금을 받고 나서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분배금을 이연한 것을 눈치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월에 발생한 이연) 분배금은 4월 말 기준 분배금에 추가해 지급하겠다”며 “(이연 분배금은) 별도의 수탁기관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연 분배금에 대한 안내 의무가 존재하지 않아 미래에셋자산운용 외에 타 운용사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지난해 분배금에 중점을 둔 커버드콜 ETF의 규모는 10배(7898억→6조7201억원) 성장했지만 제도는 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운용사별로 자사 블로그 등을 통해 분배금과 분배율, 분배금 지급 일정을 홍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ETF에서 발생한 분배금이 발생하면 1년 내에만 투자자에게 지급하면 된다는 게 현재 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주요 상품만 분배금을 설명하고 있다”며 “(분배금 정책은) 운용사가 방침을 정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투자자들이 (ETF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 지표가 안내돼 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질적인 측면에서 시장이 개선돼야 하는데 출발은 공시 부족 해소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첫 분배일에 과소 지급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연 단위로는 타사 상품과 유사한 분배금을 지급했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펀드 내에 남아 있을 뿐, 최종적으로 언젠가는 분배했을 것이란 얘기다. 다음 분배일(4월) 전에 TIGER 미국나스닥100을 매도했어도 시세에 이연된 분배금이 녹아있어 손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