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7월, 주식시장에 데뷔한 첫날 열린 축하연에서 40대 창업자는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상장 첫날 이 주식을 산 투자자에게 두 배의 수익을 안겨주겠다(让上市首日买入股票的投资人赚一倍).”

이 놀라운 발언을 한 주인공은 중국 IT 기업인 샤오미(小米)의 최고경영자(CEO) 레이쥔(雷军)이다. 그의 약속은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아무리 기업 대표라고 해도 주가가 두 배 오른다고 공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장 당시 샤오미 공모가는 17홍콩달러였다. 과연 그는 대중과의 약속을 지켰을까?

샤오미는 이미 지난 2022년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을 선보였다. 사이버원의 키는 1.77m, 몸무게는 52kg이며 한 손으로 1.5kg의 물체를 들 수 있다. 사이버원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레이쥔 CEO.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하는 샤오미

레이쥔 CEO가 2010년 창업한 샤오미(小米)는 ‘좁쌀’이라는 뜻이지만, 최근 주가 흐름만 보면 ‘대미(大米)’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7일 홍콩 주식시장에서 샤오미는 전날보다 4.7% 상승한 42.45홍콩달러에 마감했다. ​역대 최고가다. 시가총액은 1조위안(약 199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1년 동안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236%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미국의 주요 테크주(테슬라 93%, 엔비디아 85%, 애플 20%)와 비트코인(133%)을 압도한다.

상장 이후 미중 무역분쟁으로 주가에 타격을 입은 샤오미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2021년 전기차 진출 선언으로 약세로 돌아섰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샤오미 전기차(SU7)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샤오미 전기차 판매 목표는 30만대로, 작년 판매량(13만5000대)의 2배 이상이다.

레이쥔 CEO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서 “샤오미 SU7의 12월 인도량은 2만5815대로, 테슬라 모델3(2만1046대)를 넘어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해 들어서도 샤오미 전기차 인기는 뜨겁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샤오미 SU7의 1월 인도량은 2만대를 넘어섰다.

중국 샤오미가 지난해 출시한 첫 전기차 모델 SU7(Speed Ultra 7·중국명 쑤치).

✅​글로벌 큰손도 앞다퉈 中 투자

한동안 자본시장에서는 큰손들의 ‘탈(脫)중국’ 흐름이 뚜렷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인도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대표 IT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다시금 글로벌 자금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노르웨이 원유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GPFG(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가 최근 공개한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GPFG는 샤오미·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IT 기업 보유 비율을 크게 늘렸다.

한국인들의 샤오미 사랑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샤오미는 보관 금액 기준으로 홍콩 주식 중 12위에 그쳤지만, 현재는 7위로 상승했다. 보관 금액 또한 1년 전 2594만 달러에서 현재 4932만 달러(약 718억 원)로 크게 증가했다.

샤오미의 두 번째 전기차이자 첫 SUV 모델인 YU7은 크기와 성능 면에서 테슬라 모델 Y를 정조준했다. 가격은 5000만원 안팎으로 모델 Y보다 저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첫 SUV 전기차 YU7 출시 기대감

‘아이폰 짝퉁’을 만들겠다고 스스럼없이 밝히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발한 샤오미는 애플조차 이루지 못한 성과를 거두며 전기차 시장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2021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샤오미는 첫 전기차 모델인 대형 세단 SU7을 출시했다. 전기차 개발 노하우를 쌓은 샤오미는 올해 첫 SUV 모델인 YU7을 선보일 예정이다.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스마트폰 사업이나 계속하지, 왜 새로운 걸 하느냐”며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조차 ‘좁쌀 도전’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는 14억 인구 중국 땅에서 판매 감소 압박 속에 이례적인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 중국산 전기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1.5% 감소한 6만3000여 대를 기록했다.

한편, 샤오미는 지난달 한국 법인 ‘샤오미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공식 온라인몰 등을 통해 국내에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초대형 TV, 로봇 청소기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