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삼성전자(005930)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이들은 지난 반년간 20조원 넘게 팔아치웠고 이 탓에 보유 비중은 2023년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9.99%다.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 비중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2023년 1월 12일 이후 2년 만이다.
반도체 수요 감소와 실적 부진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겹치면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22조8806억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파운드리 등 모든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사에 뒤처지면서다.
이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는 ‘갤럭시S25’를 출시하면서 삼성의 자체 반도체(AP)인 엑시노스가 아닌 경쟁사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탑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 갤럭시 AP는 갤럭시 S1 때부터 가장 최고의 AP를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의 인공지능(AI)업체 ‘딥시크(Deepseek)’가 삼성전자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딥시크가 AI 모델 ‘R1’을 개발하면서 저비용 저성능 칩을 적게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삼성전자로선 수요 감소가 예상돼 악재인 것이다.
딥시크는 R1을 개발하는 데 557만6000달러(약 81억원)를 들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오픈AI의 ‘챗GPT’의 18분의 1 수준이다. 딥시크는 오픈AI가 사용한 엔비디아 고성능 칩인 ‘H100’보다 성능이 30~40% 뒤처지는 ‘H800’을 사용했다고도 했다. 활용한 칩 수는 오픈AI(1만6000개)의 8분의 1 수준인 2048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기술 도입에 따른 업계의 다이나믹스는 항상 변화 가능성이 있고, 현재 제한된 정보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장 내 장기적 기회 요인 및 단기적 위험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 동향을 주시하며 급변하는 AI 시장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삼성전자를 여전히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주주 환원 프로그램이 나오면 상반기 중 주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1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분기 이익 바닥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