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80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세가 이어지자 그동안 ETF 출시에 소극적이던 중소형 운용사들이 신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도전에 나서고 있다. 늦게나마 ETF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외형 확장에 나선 것이다. ETF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운용사부터 연초부터 신규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는 운용사 등 각자의 방식으로 ETF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iM에셋자산운용 로고. /iM에셋자산운용 제공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M에셋자산운용은 오는 11일 ‘아이엠에셋 200’ ETF를 출시하며 ETF 시장에 새로 진출한다. 지난달 한국거래소로부터 해당 ETF에 대해 상장 심사를 받고 승인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iM에셋운용은 그동안 공모펀드를 주로 운용했지만,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새 먹거리로 ETF 사업을 선정했다. 지난해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하고 상품 개발을 진행해 왔다. iM에셋운용은 이번 지수형 ETF를 시작으로 주식형 상품 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IBK자산운용은 지난 1월 21일 ‘ITF K-AI반도체코어테크’ ETF를 출시하며 상품을 늘리기 시작했다. 2023년 12월 말 ‘ITF 200’을 처음 출시하고 1년 1개월 만이다. ‘ITF K-AI반도체코어테크’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기술과 관련이 있는 국내 상장사 20종목에 투자하는 ETF다.

그간 중소형 운용사들은 공모펀드를 비롯해 EMP펀드(ETF 관리 포트폴리오) 등 연금형 상품에 집중해 왔다. ETF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비용 대비 효율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최근 기관과 개인의 자금이 ETF에 대거 몰리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자, 중소형 운용사들도 ETF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나섰다.

액티브 ETF 전문 운용사도 마찬가지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최근 거래소로부터 ‘에셋플러스 인도일등기업포커스20액티브’ ETF 상장 승인을 받았다. 에셋플러스의 ETF 브랜드 중 하나인 일등기업포커스는 전 세계 주식시장에 상장된 핵심 기업에 압축적으로 투자한다. 지난해 중국과 글로벌 투자 상품이 나왔고 올해는 인도까지 라인업을 늘렸다. 해당 ETF는 이달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상품 차별화를 모색하기로 했다. 에셋플러스운용은 올해 하반기 자회사이자 AI 설루션 기업 알파브릿지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ETF를 만들기로 했다. 에셋플러스운용 관계자는 “현재 자사의 공모펀드 2종이 알파브릿지로부터 알고리즘을 받아 운용하는데, 똑같은 구조를 ETF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지난해 잇따라 상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인재 영입에도 나선 운용사도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ETF 브랜드를 ‘KTOP’에서 ‘1Q’로 바꾼 뒤 같은 해 9월부터 ‘1Q CD금리액티브(합성)’, ‘1Q 현대차그룹채권(A+이상)&국고통안’, ‘1Q 코리아밸류업’ 등 4개의 ETF를 연이어 출시했다. 올해 첫 상품으로는 지난달 21일 ‘1Q 미국배당30’ ETF를 상장했다. 또 연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마케팅 사업을 총괄해 온 김승현 ETF컨설팅담당을 하나운용의 ETF 총괄로 영입했다.

중소형 운용사들도 ETF 시장에 진입하면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더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ETF 시장에서 여전히 대형사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작년 12월 말 기준 순자산총액 1,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 비중은 전체 ETF 시장의 74.3%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새로 진출하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내거나 특색 있는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