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위한 필수템(필수 아이템)!”

영양제, 의료기기 등의 광고에서 흔히 쓰이는 이 문장이 금융권 마케팅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은퇴 연령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이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은퇴하는 연령은 2022년 기준 남성 평균 65.4세, 여성은 평균 67.4세다.

당장 내 집 마련도 버거운 2030세대부터 자녀 양육비, 부모 부양비 등 돈 나갈 곳이 태산인 4050세대는 막상 연금 투자를 시작하려니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은퇴 후에도 수명이 30년 이상 남았다고 생각하면 ‘찐’ 100세 시대 필수 아이템은 노동 없이도 노후 생활을 지탱해 줄 연금일 것이다.

사적연금, 즉 개인연금은 국가 차원의 연금이 아니라 개인·기업 차원에서의 노후 준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투자자가 스스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크게 연금저축 상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두 가지가 있는데, 두 상품에 연간 총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가입자는 연간 최대 900만원(연금저축 600만원·IRP 3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도 받는다.

임슬빛 카카오페이증권 연금프로덕트팀 매니저가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제공

최근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연금저축 경쟁’이 뜨거워지고 가운데 카카오페이증권도 작년 11월 처음으로 연금저축펀드를 선보이며 경쟁에 참전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020년 출범한 후 모바일 증권사로 토스증권과 함께 주목받았다. 하지만 시장 기대만큼의 성장세는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실적이 개선되면서 당기순손실 규모를 1분기 105억원, 2분기 93억원, 3분기 63억원까지 줄이긴 했지만, 아직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연금 분야에서는 연금저축 상품 출시 두 달 만에 10만계좌를 돌파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기존 증권사들 상품이 주류인 곳에서 플랫폼 강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연금상품 서비스를 확대하며 투자자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조선비즈는 최근 임슬빛 카카오페이증권 연금프로덕트팀 매니저를 만나 카카오페이증권만의 연금저축 강점부터 연초 개인연금을 활용한 투자 노하우 등을 짚어봤다. 그는 2018년부터 기업 프로덕트 오너(PO)로 일하다 2021년 카카오페이에 둥지를 틀고 투자 파트에서 근무했다. 이후 2022년 카카오페이증권 PM팀으로 넘어와 연금저축TF 등에서 활동하며 연금저축 상품 출시 과정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인연금은 하루라도 젊을 때 가입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막상 가입하려면 망설이게 되는 상품이기도 하다. 개인연금에 꼭 가입해야 하는 이점이 있을까

“보통 연금저축 상품은 노후 대비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젊은 층에게 노후 대비라는 말은 잘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가입자들을 살펴보면 보통은 첫 아이를 낳은 후 연금 상품을 많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개인연금을 노후 대비용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세제 혜택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연금인 연금저축과 IRP는 비슷한 정책을 따르고 있는데, 세부사항에서는 차이가 있다. IRP는 투자와 출금 자유도를 상대적으로 낮춰서 수익률을 보수적으로 잡는 대신 원금 보전의 안정성을 높였다면 연금저축은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높다.

연간 연금저축과 IRP를 합산해 최대 1800만원까지 입금이 가능하고 각각 600만원, 300만원 한도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납입금은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으며 이때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면 된다. 그전까지는 비과세된 금액도 재투자해 운용수익을 늘릴 수 있다. 또 연금계좌에서는 손실을 반영한 순이익에 세금이 매겨져 손실 상관없이 이익에 과세하는 일반 계좌보다 세금 부담이 적다.”

ㅡ연금저축과 IRP 모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면 어떤 상품에 먼저 가입하는 게 좋나. 또 증권사별로 연금저축을 분산 가입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도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나

“일반적으로는 연금저축을 선순위에 두는 것이 좋다. 연금저축은 위험자산에 100% 투자할 수 있지만, IRP의 경우 70%까지만 위험자산 투자가 가능해 수익률 측면에서 좀 더 불리하다. 그리고 IRP는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니면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연금저축은 세제 혜택을 받은 부분을 토해내야 하긴 하지만, 자유롭게 출금이 가능하다.

연금저축 상품에 대한 정책은 어차피 다 똑같다. 증권사별로 매매 수수료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매매 수수료가 0.015% 정도로 거의 맞춰져 있다. 그래서 여러 증권사의 상품을 모두 비교해 보고 가장 본인에게 유리한 증권사 한 곳에서 하는 걸 추천한다. 물론 투자자 개인별로 관리가 편한 계좌 수가 다를 수 있으니, 한도를 분산해 설정한 뒤 증권사별로 여러 개 계좌를 만들어도 상관없다.”

ㅡ카카오페이증권도 연금저축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카오페이증권만의 연금저축 차별성이 있나.

“플랫폼이 자사의 강점인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여러 증권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이용하면서 느낀 점은 최근 주식 트레이딩(매매) 쪽은 개선이 많이 됐지만, 연금저축 부분에서는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투자자들이 보통 일반 주식 계좌보다 더 어려워하는 계좌가 연금저축 계좌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최대한 명확하고 간결하면서 진짜 필요한 정보만 한눈에 전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카카오페이증권 종합 계좌 사용자가 700만명 정도 되는데, 이들은 따로 실명인증 과정 없이 약관 및 개인정보 동의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5초 정도 만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가입 단계를 대폭 줄였다.”

ㅡ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연금저축 계좌 개설이 가능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타사는 이런 구조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보통은 기본 증권 계좌를 사용하고 있어도 연금저축 계좌를 개설할 때 새로 실명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실명인증을 통해 종합 계좌를 개설한 사용자들은 연금저축 가입 시 꼭 필요한 약관 동의만 받으면 되게끔 만들었다. 같은 행동을 투자자들이 불편하게 굳이 두 번 하지 않도록 했다. 1~2단계만 거치면 바로 개설이 가능하다. 타사의 경우 가입 시 30단계가 넘는 곳도 있다.”

ㅡ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연금저축 서비스가 있다면

“연금저축 사업팀에서 3년 전부터 서비스 준비를 해 왔고 작년 초부터 프로덕트팀이 붙었다. 서비스를 쉽고, 간결하게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연금이라는 상품이 너무 가볍게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왔다. 이 사이를 중재해 연금저축 서비스에 적절한 단어를 채택하면서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어려웠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에서는 ‘입금’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충전’, ‘채우기’ 등을 사용하는데 이런 단어가 연금에서는 잘 맞지 않다고 판단해 ‘납입금’ 단어를 써 투자자들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 연금에는 ‘전환 특례’라고 해서 과거 내 공제 한도보다 더 많이 납입하면 그걸 이월해 추가 납입 없이 다음 해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이 기능의 경우 당사는 투자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 ‘지난 납입금으로 올해 세액공제 받기’라고 타이틀을 정해 전환 특례 단어를 병용했다.”

임슬빛 카카오페이증권 연금프로덕트팀 매니저가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제공

ㅡ연금저축 상품에서 투자 노하우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서비스 출시 중에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으로, 당사는 ‘투자자들이 모르는 게 많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본인이 연금저축 상품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그 니즈를 깨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예를 들면 타사에서는 ‘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투자자들은 자신이 왜 (연금 상품을) 이전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연금 이사오기’ 서비스로 애초에 왜 이사를 해야 하는지, 이사할 수 있는 연금저축보험 등의 상품이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금저축 상품은 보통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직접 운용하면서 투자의 재미를 찾는 것도 연금저축의 매력이다. 이 과정에서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수적 관점을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면 만기채권형 ETF에 투자해 연간 4% 이상의 수익률을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만약 용기가 좀 더 생기면 당사의 ‘주식 모으기’와 같은 적립식 투자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연금저축 상품 기획자로서 국내 상장된 미국 지수 추종 ETF와 커버드콜 전략이 적용된 배당형 ETF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자산 증식 관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참고로 미국 배당 ETF를 연금저축 계좌로 하면 과세 이연 등 여러 세제 혜택이 있는데, 이러한 세금 혜택이 얼마나 되는지 시각화하는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ㅡ연금저축 상품은 수시 출금이 가능하지만, 세금이 함께 빠지기에 실제로 출금하는 게 망설여진다. 그런데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데.

“출금할 때 무조건 세금이 떼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런 점에서 투자자들은 연금저축에 입금하는 순간부터 돈이 묶였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공포감이 많이들 있다.

하지만 연말 정산을 받기 전에는 그 안에서 투자를 계속해도 되고, 출금 시 내야 하는 세금도 없다. 만약 연초에 600만원을 넣었다면 올해가 가기 전까지는 연말정산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600만원을 다 출금할 수 있다. 만약 투자로 수익을 보게 되면 해당 수익 부문만 과세가 되고 원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ㅡ향후 카카오페이증권의 연금상품 서비스 출시 계획은

“투자자들이 본인에게 혜택이 있는데 모르고 지나쳐서 손해를 봤던 것을 명확하게 인지시키고, 수익성에서 더 유리한 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 관점에서 투자 가능한 종목이나 유리한 포트폴리오 등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서비스 출시 계획이 있다. 그리고 리츠나 공모펀드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상품을 늘릴 예정이다.

또 당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수령 대상자다. 가입일로 5년이 지나야지만 수령이 시작되기 때문에 아직 서비스를 오픈하진 않았지만, 이것도 뭘 먼저 매도해야 좋은지, 한 달에 얼마나 나눠 받는 게 유리한지 시스템화를 해보고자 한다.

기존의 연금 상품 서비스를 개선하기보다 연금이라는 서비스의 한 축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이상을 갖고 합을 맞추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