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난 뒤 항공주 가운데 에어부산(298690) 주가만 급등하고 있다. 사고 여객기 기종이 B737-800인데, 에어부산은 에어버스로만 기단을 구성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여객기 사고 이후 항공업종 주가가 단기간 조정을 겪었던 만큼 이번 참사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제주항공(089590) 주식은 30일 오전 10시 20분 코스피시장에서 7490원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주가가 8.77%(720원) 내렸다. 장 중 주가가 6920원까지 밀리면서 상장 이래 최저가를 기록했다.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 등 다른 항공사 주가도 약세다. 전남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풀이된다.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전날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에 동체 착륙 중 활주로를 지나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했다. 사고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에어부산 주가는 예외적으로 올랐다. 에어부산 주식은 같은 시각 코스피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2.33%(275원) 오른 2505원에 거래됐다. 에어부산이 보잉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이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항공기 등록 정보에 따르면 현재 B737-800 기종을 101대 운용 중이다. 제주항공이 39대로 가장 많고,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다. 에어부산은 A321-200 등 에어버스 여객기로 기단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 원인이 기종 결함 문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항공당국은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 음성녹음장치(CVR) 등 블랙박스를 수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에도 여객기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항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항공사 주가도 단기 조정을 겪었다. 2002년 4월 15일 중국 국제항공 여객기가 경남 김해공항에 착륙하던 도중 추락하는 사고로 129명이 숨지고, 37명이 크게 다쳤는데 같은 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모두 약세였다. 이후 주가가 단기 급등했지만, 한달여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2013년 7월 7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 중 방파제와 충돌하는 사고가 났을 때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물론 대한항공 주가도 내림세였다. 당시 승객 3명이 숨지고 174명이 다쳤다
항공주는 겹악재를 맞닥뜨리게 됐다. 국내 정치 불안으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가 위축되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으로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국내 정세, 경기와 맞물려 항공 여객 수요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항공 사고 조사에는 긴 시간이 걸리고, 사회적 불안감이 해소되려면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