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여파로 국내 증시가 전날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주가 약세가 단기적일 것으로 보고 향후 상승분에 대해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5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이달 4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을 2배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 ETF를 1169억원 규모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도 47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ETF 중 4개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ETF로 집계됐다. 3위와 4위를 기록한 ‘KODEX 200’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ETF도 289억원, 194억원씩 순매수했다. 해당 ETF 4종은 4~5일 개인투자자 ETF 전체 순매수액(2311억원)의 9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상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개인은 이를 레버리지 투자 기회로 이용하려는 모습이다.
4일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1.44%, 1.98% 하락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423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증시를 끌어내렸다. 이날도 코스피 지수는 0.90%, 코스닥 지수는 0.92% 하락 마감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개인투자자들은 향후 탄핵 정국 해소로 증시가 반등했을 때 얻을 투자 이익을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개인은 이틀간 코스피200지수 하락률의 2배를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424억원 규모로 팔았다. 이는 개인 순매도 1위다.
다만 탄핵 정국이 길어진다면 증시 약세도 장기화할 수 있어 레버리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야당의 대통령 사퇴 요구에 대통령이 불응할 경우 정치적 교착 상태가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증시 하방 압력은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본회의에서 의결된다면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이후 180일 이내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에 대한 심판이 진행된다.
유명간 연구원은 “현직 대통령이 퇴진하고 조기 대선이 시행된다면 3개월가량 시간이 소요된다”며 “초기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약세 압력이 우세하지만, 향후 새로운 정부 출범 기대감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