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6년 만에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회사가 주주환원 정책을 추가적으로 발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자사주 취득의 배경 중 하나가 삼성가(家) 오너들의 주식담보대출 마진콜(추가담보 요구) 위기여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뉴스1

20일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 공시 당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담보 가치 하회액은 마이너스 1516억원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대표가 수조원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삼성전자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담보 유지 비율을 못 맞출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가가 담보 유지 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이들은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고 연구원은 “(오너가가) 담보 비율이 낮은 거래 기관으로 변경하는 것과 삼성물산 일부 지분의 신규 담보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보의) 평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이 추가 발표될 개연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앞선 15일 삼성전자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규모는 우선주를 포함해 10조원이다. 이 중 3조원은 이달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매수할 예정이다. 다만 자사주 취득이 주가와는 밀접한 관련이 없다는 게 증권가 판단이다.

고 연구원은 “주가 흐름은 자사주 취득보다 외국인 수급의 지배력이 더 강했다”며 “(취득 자체 이슈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같은 이익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의 영향이 높았다”고 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이후에 개인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뚜렷한 주가 상승세는 없었다. 고 연구원은 “수급의 트리거가 되는 건 외국인이고 인공지능(AI) 경쟁력 열위 탓에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매도 충격을 크게 받는다”고 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보단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추가적인 조정을 완충시키는 기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주가 상승의 수준이 높아 이외 주체의 매수 진입이 제한적이면 자사주 취득 수요는 관련 주가 상승을 부각하는 촉매로 작용한다”고 했다.